‘强 vs 强’… 정치 명운 건 한판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강한 여당 보여줄 것” “죽을 각오 싸우겠다”

■ ‘미디어법’ 막판 격돌… 안상수-이강래 누가 웃을까

《운명의 시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정치적 명운을 걸고 맞서고 있는 미디어관계법 처리 시한이 이제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데드라인이 임박하면서 두 야전사령관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 “강한 여당 만들겠다”

안 원내대표는 5월 21일 한나라당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형성된 조문 정국을 헤치고 여당 단독 국회를 이끌면서 강한 여당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달 26일 안 원내대표는 단독 국회를 전격적으로 열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 5대 조건을 내걸고 국회 등원을 거부했지만 안 원내대표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결국 12일 민주당은 제 발로 등원할 수밖에 없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지금까지 여당이 야당과 등원 협상을 하면서 단 하나의 조건도 양보하지 않고 야당이 두 손을 든 건 처음”이라며 “의원들이 안 원내대표의 판단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 원내대표는 미디어법 처리 직전에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표 행사’ 발언이라는 돌발 변수를 맞았다. 그는 특히 “박 전 대표도 본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자신의 발언이 몰고 온 당내 혼란 탓에 미디어법의 처리가 불발될지 모르는 상황에 내몰리자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내대표는 23일이나 24일을 국회의장 직권상정 처리를 위한 D데이로 보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번에 미디어법 처리에 실패할 경우 이명박 정부에서 미디어법 개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법 처리 여부에 따라 안 원내대표의 정치적 위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죽기로 싸우겠다”

민주당 이 원내대표는 요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오전 6시 각종 라디오 인터뷰를 시작으로 대여 협상 및 이에 관한 각종 회의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 뒤 의원들이 릴레이 농성 중인 국회 본회의장을 둘러보고 밤 1시쯤 귀가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출근 전 1시간가량 집 근처 북한산을 산책하면서 마음을 달래 왔지만 요즘엔 거르는 일이 잦아졌다.

이 원내대표는 5월 15일 원내대표 당선 직후 “어떤 일이 있어도 6월 국회에서 미디어관계법 처리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죽기로 싸우겠다”고 공언했다. 미디어법 처리를 막지 못하면 원내대표직을 내놓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는 무조건적인 반대나 강경 일변도의 투쟁에 매달리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당내에선 얘기한다. 하지만 여야가 대척점에 선 국회 상황에서 그는 ‘투사’가 돼 가고 있다. 당에서는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 등이 불가피하다며 선명한 야당, 강한 야당의 행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디어법을 내줄 경우 다른 야당, 시민사회단체와의 공조가 깨질 것이 뻔하다는 위기의식이 당내엔 팽배해 있다. 전통적인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주변에서 협상안을 물어봐도 ‘말할 수 없는 제 입장을 고려해 달라’고만 한다”면서 “고민을 토로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주변에서 속을 끓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동아일보 김동주기자


▲동아일보 김경제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