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랑 일생’ 낭독음악극으로 재조명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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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본보 주관 독창회 무대 섰던 女성악가 야나기 가네코

일본의 여성 성악가 야나기 가네코(1892∼1984)의 일생이 낭독음악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가네코는 3·1운동 이후 조선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1920년 5월 4일 종로 기독교청년회관에서 한국 최초의 서양 음악회를 연 성악가. 이 음악회는 동아일보가 주관한 첫 문화사업이기도 했다.

○ 조선미술 극찬 야나기 무네요시의 부인

가네코는 당시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으로 꼽혔던 야나기 무네요시의 부인이다. 민예연구가이자 미술평론가인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한국의 민속예술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조선총독부가 주도했던 광화문 철거에 적극 반대했다. 이 부부는 1920∼40년대 조선민족미술관 설립을 위해 무료 순회공연을 열고 시인 남궁벽 등 ‘폐허’ 동인과 교류하며 문화예술 활동을 벌였다.

가네코를 2009년에 다시 불러낸 이는 일본 작가 다고 기치로 씨(53)다. 남편의 그늘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성악가에 관심을 가져온 다고 씨는 2월 장편 실화소설 ‘야나기 가네코, 조선을 노래하다’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판했다. 이 소설은 야나기 부부의 신혼 시절부터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1968년 76세 때 이화여대 강당에서 초청 공연을 하는 장면까지 담았다.

○ 올해 일대기 펴낸 작가가 시나리오 써

다고 씨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A4용지 10장 분량의 낭독음악극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소설과 같은 제목을 붙였다. 낭독음악극은 1920년 5월 1500여 명의 관객이 모인 독창회장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피아노 반주가 흐르는 낭독음악극에는 야나기 부부와 시인 남궁벽이 등장한다. 다고 씨가 무네요시 역을 직접 맡았다. 가네코 역은 메조소프라노 김신자 씨가, 피아노 반주는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학장이 맡을 예정이다. 남궁벽 역은 미정.

낭독음악극은 가네코가 가극 ‘미뇽’ 중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슈베르트의 ‘봄의 신앙’을 부르는 사이에 무네요시가 잡지 ‘시라카바’에 실은 조선백자에 관한 글, 남궁벽이 쓴 영시(英詩) 등을 낭독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 日작가 “11월 무대 음악팬 도움 기대”

다고 씨는 지난달 “11월쯤 한국 무대에 이 음악극을 올리고 싶다”며 강영희 한일여성친선협회 부회장에게 연락해 왔다. 플루티스트인 강 부회장은 “클래식 연주자들을 섭외하고 공연장을 알아보고 있는데 여의치 않아 걱정”이라며 “조선을 깊이 사랑해 쉽지 않은 무대에 오른 가네코의 뜻을 오늘날 되새길 수 있도록 국내의 후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고 씨는 14일 강 부회장에게 보낸 e메일에서 “나는 한국을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 팬”이라며 “가네코의 뜻을 살리는 한국 공연을 성사시키는 데 많은 사람들이 작은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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