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전직 총리손자 아소-하토야마 가문명예 걸고 한판승부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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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직후 두 집안 악연
50여년만에 조부 대리戰 양상

다음 달 30일 실시되는 일본 중의원 선거는 50년 넘게 정적(政敵) 관계였던 두 정치 명문가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여당인 자민당 총재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각각 전직 총리의 손자들이다. 여야 최고 지도자가 할아버지를 대신해 다시 한번 정면대결을 벌이게 된 셈.

이번 총선은 벼랑 끝에 몰린 자민당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민주당이 자민당 일당체제를 끝내고 정권교체를 이룰 것인지가 최대의 관심사지만 ‘가문의 재대결’이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아소 총리는 일본 현대정치의 기틀을 다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의 외손자이고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전 총리의 사위다. 집안에서 배출한 총리만 3명이다. 반면 하토야마 대표는 자민당을 만든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전 총리가 할아버지이고 아버지는 외상을, 증조부는 귀족원을 지냈다. 요시다는 일본 정치사상 가장 많은 5차례의 총리직을 지냈고, 이치로도 3차례나 된다.

하지만 요시다와 이치로의 관계는 원만하지 못했다. 이치로는 1945년 일본자유당을 결성하고 이듬해 열린 총선에서 제1당을 만들어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었으나 미군정으로부터 공직자 취임 금지 대상자로 지정돼 요시다에게 총리직을 넘겨줘야 했다. 당시 요시다는 이치로에게 “공직 취임이 가능해지면 정권을 넘겨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악연이 시작됐다.

이에 반감을 품은 이치로는 반(反)요시다 전선을 구축해 1954년 민주당을 결성하고 총리직을 다시 차지했다. 다음 해엔 자유당과 민주당의 연합으로 자민당을 창당해 초대 총재에 올랐고 총리직도 맡았다. 그러나 요시다는 자민당 창당에 가담하지 않고 끝내 이치로와의 화해를 거부했다.

50년이 지나 두 손자의 정치적 입지가 뒤바뀐 점도 흥미롭다. 자민당을 창당한 이치로의 손자는 오히려 자민당 타도에 기치를 내걸었고 자민당 창당 가입을 거부했던 요시다의 손자는 거꾸로 자민당 정권의 수호자가 된 것.

한편 일각에서는 아소 총리와 하토야마 대표의 대결이 유명 기업가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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