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외교 삐걱거린다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인도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0일 SM 크리슈나 인도 외교장관과 양국 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공동 기부펀드 조성에 합의하는 문서에 서명한 뒤 웃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인도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0일 SM 크리슈나 인도 외교장관과 양국 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공동 기부펀드 조성에 합의하는 문서에 서명한 뒤 웃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이란 핵개발 저지-중동 분쟁 해결 등 난관 직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야심 찬 외교정책이 초반부터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대화 시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조정, 인도 같은 신흥경제국과의 협력 등을 놓고 잇따라 해당국의 노골적인 반대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1일 “클린턴 장관이 최근 외교적 타박상(diplomatic bruising)에 시달렸다”고 보도했다. 록스타 수준의 인기와 세계적인 지명도, 미국의 새로운 외교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가진 클린턴 장관의 속을 멍들게 하는 상황이 계속됐다는 것. 더구나 외교적 갈등은 그가 구상하는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힌 며칠 전 미국외교협회 연설 전후로 구체화됐다.

클린턴 장관은 16일부터 시작된 인도 방문길에 기후변화에 대한 인도의 적극적 대응을 요청했지만 인도 정부와 언론의 냉소적인 반발에 부닥쳤다. 자이람 라메시 인도 환경장관은 “경제규모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낮은 수준인 인도에 서구 국가들이 탄소 감축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고 일침을 놨다. 또 서구 주도로 설정된 배출량 감축 목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 회복도 주문했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도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팔레스타인이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 동예루살렘에 추가로 건축물을 짓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양국 관계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달 이집트 카이로의 대(對)중동 연설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이후 껄끄러워지는 추세다.

미국이 전향적으로 추진하는 이란과의 대화 역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란 정부는 핵개발 문제를 거론하는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이란 대선의 선거부정 의혹 후폭풍 때문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척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예상보다 거센 이들 국가의 반발은 오바마 정부가 외교적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해 온 ‘포용(engagement)정책’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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