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선 감독 ‘삼성맨 6년’인데…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2년 전 5월 기자는 대구 지역 기업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두 달 전 케냐 몸바사에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한 대구시가 마련한 간담회 자리였다. 행사 뒤 식사 자리에서 야구 얘기가 나왔다. 한 은행 간부는 “요즘 삼성 야구는 재미없다. 대구 팬들도 예전 같지 않다. 고향 출신이 삼성을 맡아야 된다”고 말했다. 동석했던 기업인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였다. A가 제격이다, B도 괜찮다는 말까지 이어졌다. 타향 출신인 데다 해태에서 활약한 선동렬 감독에 대한 비호감이 전해졌다. 2005년 취임한 선 감독의 ‘지키는 야구’는 화끈한 공격 야구에 길들여진 대구 팬들이 볼 때 재미가 덜할 만도 했다.

삼성은 선 감독 취임과 함께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성적으로 따지면 더 좋을 수는 없던 때였다. 그러나 관중 수를 보면 홈팬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게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평균 8262명으로 6개 구단 가운데 1위였던 삼성의 2006년 관중은 3933명으로 8개 구단 가운데 5위였다. 올해는 22일 현재 5127명으로 7위다.

이 때문이었을까. 올 시즌 5년 계약이 끝나는 선 감독의 거취를 놓고 그동안 많은 소문이 흘러나왔다. ‘선 감독도 더는 삼성에 애정이 없다’ ‘모 구단에서 영입 제의를 했다’는 등의 얘기였다. 하지만 삼성은 20일 선 감독과 재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문 때문에 팀이 흔들리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구단의 의지였다.

선 감독은 국내 최고 투수였다.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2000년에야 뒤늦게 도입된 배경에는 그의 존재가 한몫했다. 만약 1999년 은퇴한 선 감독이 FA 대상자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혹시 선수로서도 삼성에서 활약하며 대구 팬들의 환호를 받진 않았을까.

붉은색 해태 유니폼을 입고 11년을 뛰었던 선 감독은 수석코치를 맡은 2004년부터 푸른색 삼성 유니폼을 입고 6년을 보냈다. 이번에 5년 재계약을 하면 삼성과 함께한 기간도 11년이 된다. 이쯤 되면 대구 시민들도 선 감독을 ‘고향 사람’으로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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