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뿌옇고 흐릿흐릿 백내장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회사원 최명호 씨(40·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는 요즘 등산이 그 어느 때보다 즐겁다. 몇 개월 전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부터 안경 없이도 산의 경치를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씨는 2, 3년 전부터 햇살이 좋은 맑은 날엔 외출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눈부심이 심했다. 책을 읽을 때는 물에 우유를 탄 것처럼 글자가 뿌옇게 떠다녔고, 어지럼증도 느꼈다. 가까이 있는 물체가 갑자기 잘 안 보여 돋보기를 착용하기도 했다. 증상은 더욱 심해졌고, 운전대를 잡고 주차장을 나서던 중 갑자기 시야가 흐려져 차를 세워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눈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최 씨는 급한 마음에 부랴부랴 안과를 찾아갔고, 의사로부터 백내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 씨는 “백내장은 노인들에게만 생기는 병인 줄 알았다”면서 “아직 젊은 나이라고 생각돼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공수정체 삽입으로 밝고 깨끗하게

국소마취 후 30분이면 수술 끝… 1, 2주간 야외에서 보안경 착용해야

▽검사 과정=김응권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를 만났다. 먼저 백내장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수술의 세부 사항을 결정하기 위한 검사가 실시됐다. 검사는 두 시간 정도 걸렸다. 굴절도와 시력 검사에 이어 정밀한 검사를 위해 눈동자를 키워 눈의 상태를 파악하는 산동검사 등이 진행됐다. 검사 결과는 당일 나왔다. 김 교수는 “나이가 비교적 젊은 편이긴 하지만 백내장 환자의 전형적인 사례다”며 “그러나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며 최 씨를 안심시켰다.

백내장의 대부분은 후천적 노인성 백내장이다.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에 신진대사 장애가 발생하거나 유전적 요인에 의해 병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병이나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전신 질환이 있을 때 백내장이 오기도 한다. 눈에 외상이 생겼을 때, 스테로이드 제제를 오랜 기간 사용했을 때도 백내장 발생률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증상은 안개가 낀 것 같이 시야가 뿌옇고, 멀리 있는 사물이 불분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병은 서서히 악화되므로 어느 정도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백내장은 실명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질환으로 불린다. 김 교수는 “그러나 백내장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언제든지 수술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며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를 한다면 실명 고민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 방법=약물과 수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약물 치료는 주로 백내장 초기에 병의 진행을 억제할 목적으로 이뤄진다. 김 교수는 “일부 환자가 약물 치료만으로 효과를 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적절한 치료제가 부족한 실정이다”며 “이 때문에 약물 치료를 근본적인 치료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 씨 또한 근본적 치료를 위해 수술을 택했다. 검사일로부터 1주일이 지난 후 병원을 다시 찾았다. 김 교수는 먼저 수술방법을 설명했다.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한 후 그 자리에 수정체 기능을 할 수 있는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이었다.

초음파를 이용해 수정체를 물처럼 만들었다. 이어 액화된 수정체를 깨끗이 빨아들여 제거했다. 대부분의 백내장 수술이 그렇듯 최 씨 또한 눈 부위만 국소 마취했다.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 정도. 총 30여 분만에 모든 수술이 끝났다.

최 씨는 안대를 하고 바로 퇴원했으며 다음날 안대를 풀었다. 최 씨는 “눈에 뭔가 넣었다고 하니 약간 이물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시력이 달라져서 그런지 조금 어지럽다”고 말했다. 다만 그전보다는 시야가 맑아졌다. 3일 후 시력검사를 받았다. 좌우 0.6 정도. 백내장을 앓기 전 시력(좌 0.7, 우 0.8)보다는 조금 나쁘지만 성공적인 결과다.

▽회복 과정=최 씨 사례에서 보듯 일반적인 백내장 수술은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음식 제한도 없다. 다만 수술 후 관리는 필수적이다.

세수나 샤워는 수술 후 3∼5일은 지나야 할 수 있다. 또 수술 받은 부위의 상처가 아물기까지 약 한 달간은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거나 눈을 심하게 문지르거나 눌러서는 안 된다. 수술 후 1, 2주간은 사물의 색감과 선명도가 떨어지거나 실제와 다를 수 있다. 눈부심 현상도 생길 수 있으므로 야외에서는 선글라스나 보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했기 때문에 수술 후에 백내장이 재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공수정체는 먼 곳과 가까운 곳에 있는 사물이 망막에 초점이 맞춰지도록 하는 조절기능이 없다. 이 때문에 백내장 수술 후 먼 사물을 잘 볼 수 있도록 인공수정체를 맞춰 놨다면 가까운 사물을 볼 때는 돋보기가 필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가장 좋은 몸 상태로 수술 받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당뇨나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내과 전문의들과 함께 이를 조절한 후 수술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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