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주목, 이 병원]어깨관절전문 마디병원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4분


《어깨가 아픈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어깨 질환 외래 환자 수’를 보면 어깨질환자는 2005년 115만9140명에서 2008년 138만5657명으로 19.5%나 늘어 환자 증가 속도 1위를 기록했다. 어깨가 아픈 사람들은 병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어깨관절은 360도로 회전이 가능해 작은 충격에도 빠져버리거나 힘줄이 파열되기 쉽지만 발병 초기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도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어깨 통증이 심해도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때가 많다. 》

어깨질환 ‘한우물’… 독창적 치료법 전세계 정형외과에 전수

30병상·의사 10명 작지만 탄탄… 美정형외과 서적에도 소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마디병원은 어깨관절을 전문으로 하는 보기 드문 병원이다. 30병상에 의사는 10명 정도로 작은 규모이지만 내실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 병원 김승호 병원장의 어깨관절 치료법이 미국의 유명한 정형외과 서적에 소개되기도 했다.

▼ 어깨질환 진단과 치료기준 제시=전 세계 정형외과 의사들이 많이 보는 ‘Campbell's Operative Orthopedics’라는 책이 있다. 1939년 미국 캠벨 클리닉에서 초판이 발간된 후 5∼7년마다 검증된 최신 정형외과 이론과 치료법을 수록한 책이다. 정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바이블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초 출간된 11번째 개정판에 마디병원 김 병원장의 논문 12편과 치료방법이 총 12쪽에 걸쳐 자세히 소개됐다. 이 책에 수록된 것은 △어깨관절 연골 파열의 치료 △어깨관절 불안정의 학문적 이론과 수술방법 △김 원장이 발견한 ‘Kim's 병변’ 등 어깨관절의 전반적인 내용들이다. 특히 어깨관절 불안정의 치료분야에서 기존의 이론을 뒤집은 김 병원장의 이론과 수술방법이 자세히 기술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병원장은 “불과 13, 14년 전만 해도 관절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무릎관절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어깨가 아픈 환자가 많아도 정확한 진단법이 확립되지 못해 진단과 치료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일관되게 어깨질환에만 매달리다 보니 다양한 진단법과 시술법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어깨질환, 정확한 초기 진단이 필수=50세를 전후해 팔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면 흔히 오십견을 의심한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제일 많이 들었던 병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깨질환은 아주 다양하다. 회전근개파열, 어깨탈구, 석회성건염, 견관절 다방향불안정성 등 이름도 생소하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아는 ‘오십견’은 사실 정확한 질환명이라기보다는 여러 어깨질환이 원인이 돼 어깨가 굳고 아픈 상태 자체를 통칭하는 표현에 불과하다. 가장 흔한 질환인 회전근개파열은 어깨 속에 깊숙이 있는, 어깨를 들고 돌리는 4개의 힘줄이 끊어진 질환을 말한다. 주로 50대 이후의 중·장년층에게 나타난다.

문제는 회전근개파열을 단순 염증이나 타박상으로 오인하고 가볍게 지나치기 쉽다는 것. 그러나 이 상태로 1년 이상 방치하면 손상된 부위가 커지고 만성화될 수 있다. 또 근육조직이 지방조직으로 변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수술을 해도 완치가 힘들 만큼 악화된다. 간혹 파열된 힘줄이 신경에까지 말려들어가 팔을 아예 못쓰게 될 수도 있다.

회전근개파열은 파열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아주 일부 부위에서 파열이 일어났다면 비수술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체외충격파 치료를 매주 1회씩 4, 5회 받으면 힘줄이 어느 정도 재생된다.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면 절개하지 않고 어깨에 작은 구멍을 뚫어 내시경을 넣은 뒤 끊어진 힘줄을 봉합하는 방법이 좋다.

회전근개파열이 40대 이후에 많이 나타난다면 어깨가 빠지는 탈구는 10대 후반∼30대에 많다. 탈구는 어깨가 빠지는 방향에 따라 전후방 및 다방향 탈구로 세분하는데 전방 탈구가 80% 정도를 차지한다. 후방 및 다방향 탈구는 MRI 검사로도 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김 병원장이 고안해 미국 교과서에 실린 ‘김 진단법’을 사용한다.

흔히 빠진 어깨를 다시 끼워 넣는 교정만으로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번 어깨가 빠지면 습관성으로 재발하기 쉽다. 30대 이후라면 인대나 근육강화운동을 병행해야 하고, 10, 20대 환자라면 관절경 수술을 검토할 만하다.

▼ 어깨관절 노하우, 각국 의사에게 전수=마디병원이라는 이름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마디는 순우리말이면서 또 외국 사람이 부르기도 쉽다. 김 병원장은 삼성서울병원에 있을 때부터 어깨관절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해 노력했고, 외국 학회와 교류 활동도 많이 해왔다. 그 덕분에 마디병원 의료진이 개발한 진단법과 치료법은 세계 각국의 의사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도 해외 각국의 많은 의사들이 치료법을 배우러 오고 있다.

또 해마다 10여 회 이상 해외학회 초청으로 강연을 하는 것도 김 병원장의 강점이다. 특히 올 1월에는 미국 견주관절학회에서 초청해 강연을 하기도 했다. 김 병원장은 “4년 전 의대교수 자리를 관두고 어깨질환 한다고 나왔을 때 다들 걱정했지만 이젠 자리를 잡았다”며 “환자의 진료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 분야를 아우르는 어깨관절 전문센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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