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고용 ‘회전문 효과’ 크지 않을것”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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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300곳 설문… 해고업체 59% “충원 않거나 일부만 채용”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이 대량해고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의 핵심 논리인 ‘회전문 효과’가 실제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계약기간 만료로 해고되더라도 기업들의 인력 수요가 갑자기 줄지 않기 때문에 1, 2개월 이내에 대부분 다른 사업장에 재고용될 것이라는 낙관적 해석을 회전문 효과라는 용어를 빌려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최근 “비정규직 해고 이후 신규 채용을 안 하는 사례가 많아 총고용은 감소하는 추세”라며 회전문 효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고용 규모를 놓고 이처럼 정부와 노동계가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 가운데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만 초점을 맞춘 설문조사 결과가 처음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총 537만5000명으로, 이 중 중소기업에 고용된 인원은 93.9%(504만8000명)에 이른다.

○ “비정규직 해고한 뒤 충원 안 한다”

2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회원사 3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중소기업계 의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전체 기업의 42%가 이미 ‘해고’했다고 답했다. 이어 ‘정규직 전환’(32%), ‘법 개정을 대비한 현 상태 유지’(26%) 등의 순이었다.

설문에 응한 중소기업의 26%가 정부와 정치권의 법 개정을 기대하면서 편법이지만 정규직 전환 없이 일단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섬유업체 A사 대표는 “7월부터 의류업계는 비성수기여서 인력 감축은커녕 정규직 전환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하지만 숙련공을 그대로 내보낼 순 없어 해당 직원과 합의하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한 기업의 59.3%는 △충원하지 않고 감원 상태를 유지(37.3%)하거나 △일부만 비정규직으로 채용(22%)할 것이라고 응답해 상당수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원 비정규직으로 채용 혹은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할 것이라고 답한 곳은 각각 15%와 5.7%에 불과해 회전문 효과가 실제 기업 현장에선 크지 않았다.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한 봉제업체 B사 대표는 “경기가 풀릴 때까진 나머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더라도 충원하지 않고 최대한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4년 연장 근본적 해결책 아니다”

정부의 고용기간 4년 연장안에 대해선 △4년 뒤 다른 인력으로 교체(43%) △정규직 전환 고려(40.7%) △일부만 정규직 전환하고 나머진 해고(16.3%) 등의 순으로 답해 기간이 연장돼도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이 50명인 기계 제조업체인 C사 관계자는 “발주사의 주문량이 일정치 않아 시기에 따라 신축적으로 인력을 운용해야 한다”며 “만약 정부안이 통과되면 4년 뒤 다른 인력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안대로 고용제한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해도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힘들다”며 “탄력적인 인력운영이 가능하도록 고용제한 기간을 아예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설문에 응한 중소기업들은 △종업원 49명 이하 소기업(58.3%)과 △50∼299명의 중기업(41.7%)으로 구성됐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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