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반란’ 외쳤던 석탄公의 눈물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공공기관 선진화 1년… ‘후진적 노사관계’ 올해도 평가 하위권

“꼴찌의 반란을 지켜봐 달라.”

지난해 8월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의 취임 일성엔 의욕이 가득했다. 강원도 정무부지사로 일하다 공기업 사장을 맡은 그는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 만년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석탄공사를 바꿔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첫 대면에서 간부들조차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적자 탈출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만 돌아왔다.

노조 문제도 쉽지 않았다. 조 사장이 “원칙을 지키는 독한 경영을 하겠다”고 하자 노조 측은 “정말 원칙대로 한번 해볼까요” 하며 은근히 압박했다. 조 사장은 당시 노조가 ‘준법 투쟁’ 엄포를 놓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석탄공사는 지난해 12월 직제에 없는 광업소 공무부소장 직위(1급)를 신설하고 서열명부를 편법으로 작성해 승진서열 순위가 낮은 김모 노조위원장의 동생을 승진시켜 이 자리에 앉혔다. 석탄공사는 감사원 감사 결과 이 사실이 드러나자 곧바로 이 자리를 없애고 김 위원장의 동생을 원래 있던 자리로 복귀시켰다. 김 위원장은 11년째 이 회사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다.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조 사장은 매주 월요일 전 사원들에게 ‘희망편지’를 썼다. 경영 혁신 프로그램을 짜 100일 단위로 점검했고 전국의 채탄(採炭) 현장을 빼놓지 않고 다녔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0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참담했다. 석탄공사는 아래에서 두 번째인 D등급을 받았다. 조 사장도 기관장 평가에서 퇴출을 뜻하는 해임건의는 면했지만 ‘경고’ 조치를 받았다. 후진적 노사관계가 점수를 많이 깎아먹었다.

17일 만난 조 사장은 의외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몸에 밴 옛 관행을 버리고, 과거에 작성된 노조와의 이면계약을 뜯어고치는 게 하루아침에 되겠습니까. ‘꼴찌의 반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11일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한 지 약 1년이 지났다. 석탄공사의 사례에서 보듯 ‘익숙한 것과의 이별’을 뜻하는 개혁은 힘들다. 전문가 23명이 매긴 선진화 정책 성적표도 후하지 않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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