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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참사… 인간애… 사선 넘나들며 포착한 ‘찰나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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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참사… 인간애… 사선 넘나들며 포착한 ‘찰나의 기록’

입력 2009-07-21 02:57수정 2009-09-2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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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올해의 사진상’
‘2009 올해의 사진상’을 수상한 앤서니 수아우의 작품은 한 무장경관이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시의 빈집을 수색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주인이 퇴거당한 집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담은 사진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의 여파를 생생히 보여준다. 사진 제공 세계보도사진재단


2009 세계보도 사진전
본보 주최 24일∼내달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V갤러리

집안이 온통 난장판이다. 한때 가족의 웃음소리로 채워졌을 거실에는 부서진 의자와 잡동사니가 바닥에 널려 있다. 그 사이로 총을 든 경관이 사방을 살피며 걸어간다. 한바탕 전쟁이라도 치른 듯한 긴장감과 불안감이 느껴지는 한 장의 흑백 사진. 올해로 52회를 맞는 세계 최고 권위의 ‘2009 세계보도사진전(World Press Photo)’에서 올해의 사진상을 받은 앤서니 수아우의 작품이다. 그는 1987년 한국의 서울 구로구청 점거사태 현장을 촬영한 사진으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번 수상작은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시에서 찍은 사진이다. 집을 담보로 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주인이 강제 퇴거당한 뒤 무장경관이 집 안에 불법거주자가 남아 있는지 수색하는 현장을 포착했다. 심사위원장 매리앤 골론은 “이 사진의 힘은 상반되는 부분으로부터 나온다”며 “분쟁 사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단순히 주택 압류 후 장면을 통해 이제 전형적인 의미에서의 전쟁이 사람들의 집에서도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세계를 덮친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깨우쳐준 이 사진을 비롯해 지난 한 해 지구촌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해온 포토저널리스트의 작품 20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24일부터 8월 26일까지 동아일보 주최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V갤러리에서 열리는 ‘2009 세계보도사진전’.

올해는 124개국에서 5508명의 사진기자와 사진작가가 9만6000여 점을 출품했고 10개 부문에 걸쳐 27개국 64명이 상을 받았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참여가 전년에 비해 14% 늘어났다. 한국에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성남훈 씨가 인물사진 싱글 부문에서 3등을 수상했다. 전시를 주관하는 세계보도사진재단은 포토저널리즘에 대한 관심과 정보의 공유를 위해 네덜란드 왕실 후원으로 1955년 비영리재단으로 설립됐다.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사건과 사고들, 예술과 스포츠, 자연과 생활 등 그 소재와 내용이 다양하고 풍성하다. 무엇보다 목숨을 내걸고 세계 곳곳의 분쟁 현장을 촬영한 작품이야말로 포토저널리즘의 고갱이일 터다. 폴란드의 보이체크 그리제진스키는 불타는 아파트 앞에서 울고 있는 여인을 통해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면전 참상을 짐작하게 만든다. 노숙인과 성노동자를 통해 사회의 어둠을 고발하는 보도사진도 빠질 수 없다.

중국 중부를 강타한 지진에서 생존자를 구하는 장면을 찍은 중국의 첸 칭강. 보트에서 던져주는 음식을 받기 위해 뛰어가는 소녀를 통해 미얀마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된 사이클론의 피해를 암시하는 프랑스의 올리비에 라반 매틀. 이들 사진에는 오만한 인간에 대한 자연의 경고가 담겨 있다.

진지한 주제와 더불어 평온한 일상이나 감격의 순간도 렌즈에 포착됐다. 대선기간에 남편의 어깨에 기대 잠시 눈을 붙이는 미셸 오바마. 부부의 다정한 모습은 보는 이에게도 미소를 자아낸다. 자메이카 출신 우사인 볼트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는 순간이나 지구상에서 가장 교묘한 존재로 꼽히는 눈표범의 사진은 스포츠와 자연의 감동을 오롯이 전한다.

밤하늘을 밝히는 화산재의 열기, 가난하지만 행복한 싱글맘 가족, 패션쇼의 이면, 몽골의 소년 기수 등. 세계보도사진전에 나온 하나하나 사진마다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야말로 오늘의 지구촌, 그 속에서 벌어지는 현대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3000∼8000원. 02-706-117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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