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여운…‘Known…’-‘런던 콜링’전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영국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대안공간 루프의 ‘Known Unknowns’전에 나온 루스 클락슨의 작품. 사진 제공 대안공간 루프
영국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대안공간 루프의 ‘Known Unknowns’전에 나온 루스 클락슨의 작품. 사진 제공 대안공간 루프
줄지어 놓인 작은 화분에 초록 식물이 심어져 있다. 허브인가 살펴보니 모두 잡초다. 명패에는 ‘주차장 앞에서’ ‘보도블록 틈에서’ 등 한국에서 채집한 곳이 적혀 있다. 쓸모없는 풀을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치유의 성격을 가진 존재로 ‘재해석’한 작가는 전시장 벽에도 잡초를 직접 그렸다.

8월 11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02-3141-1377)에서 열리는 ‘Known Unknowns’전에 나온 자크 님키의 작업은 버려진 것의 강한 생명력에 주목한다. 1980년대 데미안 허스트 등이 포함된 yBa(젊은 영국 예술가들)의 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영국 현대미술. 국내에는 무거운 주제와 충격적 작품을 발표한 yBa 중심으로 알려졌지만 님키를 비롯한 5명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이들과 다른 스타일의 작가들을 다루고 있다. 루프의 서진석 대표는 “yBa 작가들과 달리 지극히 현실적이며 일상에서 우리가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을 건드리는 작품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눈을 가린 세라믹 인형 설치작업을 내놓은 루스 클락슨, 거실에서 연기를 피우는 등 낯선 행동을 담은 비디오 작업의 소피아 헐튼, 일상과 공간을 비틀어본 사진작업의 그래함 거신, 색을 덧칠해 묘한 풍경화를 그린 엘리자베스 메길. 다양성을 키워드로 삼은 이들의 작업은 ‘우리의 삶에 인식된 것과 인식되지 않은 것들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6일까지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02-379-7037)에서 열리는 ‘런던 콜링’전에서도 영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관점과 접할 수 있다. 빈 플라스틱 통으로 조명등을 만든 데이비드 바첼러, 새의 이름을 따서 전투기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실제 전투기 날개에 새에 관한 글을 직접 써넣은 피어나 배너, 아이팟 플레이어로 드로잉 이미지를 동영상처럼 펼쳐낸 드라이든 구드윈, 집 모양의 설치작업에 빛을 조합한 나타니엘 라코베 등의 작업은 자유로운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당신이 하고 있는 동안에는 직접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당신의 첫 번째 (조각) 작품’이라고 작가가 설명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2001년 터너상을 수상한 마틴 크리드의 비디오 작품은 공개되지 않은 일상을 들춰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숙련된 손재주나 반짝 아이디어로 승부하기보다 이론적 배경과 사유를 바탕으로 한 작업과 과정을 중시한 작품을 선보인 두 전시. 영국 현대미술이 다양성의 인정과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라왔음을 보여준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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