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패륜 팔아 돈 버는 공영방송 ‘막장 드라마’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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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개혁시민연대가 어제 개최한 ‘TV 드라마의 위기와 발전방향’ 토론회에서는 이른바 ‘막장 드라마’가 집중 성토 대상이 됐다. 참석자들은 발표와 토론에 앞서 최근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던 TV 드라마의 문제 장면을 함께 시청했다.

9일 방영된 MBC ‘트리플’도 그중 하나였다. 여주인공 하루(민효린)가 의붓오빠이자 유부남인 활(이정재)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여동생은 오빠에게 “나 오빠 참 좋다. 오빠도 나 좋아하지? 나 느껴지는데. 오빠도 나 좋아해. 동생으로가 아니라. 그지?”라고 말한 뒤 오빠 위에 쓰러져 키스를 했다. 3일 MBC의 ‘밥 줘’에서는 외도를 한 남편(김성민)이 항의하는 아내(하희라)에게 억지로 입을 맞추고 욕실로 끌고 간 뒤 부부 성폭력을 암시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4월 22일 방영된 KBS의 ‘장화홍련’은 며느리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감금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국내 TV 드라마는 전부터 ‘불륜 드라마’로 악명이 높았지만 ‘의붓남매 키스’나 ‘부부 성폭력’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소재와 내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 불황 속에서 광고 수입이 많은 드라마의 시청자를 늘리기 위해 선정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공공성의 책무가 큰 공영방송이 막장 드라마들을 앞 다퉈 내보내면서 드라마 내용이 갈수록 야해져 시청자들도 둔감해지는 단계로 접어든 느낌이다. 방송사들은 패륜 드라마를 가족이 모이는 저녁 시간대에 편성하는 경우가 많아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해 전반적인 방송 수준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시청률 경쟁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이 공영방송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공영방송이 사회적 책임을 느낀다면 이런 드라마를 편성에서 배제해야 옳다. 저질 드라마는 유료 케이블 채널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내보낼 수는 있어도 공영방송의 몫은 아니다. 어제 토론회에서는 광고주 역시 기업 이미지를 고려해 막장 드라마에 대한 광고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저질 TV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단체의 감시운동을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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