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40년 동안 황폐화된 산림을 푸르게 하기 위해 약 100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를 비롯한 많은 외국 전문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단기간에 녹화에 성공한 국가라고 칭송한다. 우리는 당시 나무를 심으면서 약속을 했다. 훗날 너를 잘 키워 훌륭한 숲으로 만들겠노라고. 하지만 우리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국토가 조금 푸르게 변했다고 모르는 체했다. 숲은 그냥 두어도 잘 자란다는 잘못된 논리로 방치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숲은 겉은 푸르지만 속은 조금씩 병들어 간다. 최근 남부지역에서 솔껍질깍지벌레로 소나무가 집단 고사했다. 경북 북부지역과 강원 일부에서는 솔잎혹파리에 소나무가 신음한다. 참나무도 시들음병 때문에 점차 수세가 약해진다. 숲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숲을 가꾸면 생태적 건강이 향상돼 하층식생이 8배 이상 증가함으로써 생물 종이 다양해지고 나무 직경이 3배 이상 늘어나 옹이 없는 고급용재의 생산이 가능해진다. 또 수원함양(녹색댐) 기능이 20∼30% 증진돼 60억 t(소양댐 저수량의 3배)의 수자원을 추가로 확보해 홍수조절, 갈수완화, 수질정화 기능을 더 높일 수 있다.
녹색성장의 지름길은 숲을 제대로 가꾸는 일이다. 4대 강 살리기도 상류지역 숲을 제대로 가꾸어줘야 성공할 수 있다. 산림청은 올해 4212억 원을 투입해 25만2000ha를 대상으로 숲 가꾸기에 나서 숲과의 약속을 실천할 계획이다. 숲과의 약속을 지키면 숲은 더욱 건강해지고 우리의 삶도 풍요로워질 것이다. 증자의 약속처럼….
정광수 산림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