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96>齊景公이 問政於孔子한대 孔子對曰…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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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경덕왕이 국정에 관한 자문을 하려고 신하들에게 훌륭한 스님을 모셔오라고 했다. 처음 모셔온 고승은 왕의 뜻에 맞지 않았다. 다시 모셔온 스님이 ‘찬기파랑가’를 지은 忠談師(충담사)였다. 왕의 요청으로 충담사는 ‘安民歌(안민가)’를 지었는데, 마지막 구에서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한다면 나라 안이 태평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논어’ ‘顔淵(안연)’편의 이 章에서 뜻을 취해 治國安民(치국안민)의 도리를 말한 것이다.

齊景公은 이름을 杵臼(저구)라 하며, 靈公(영공)의 아들이다. 제나라 대부 崔저(최저)가 군주 莊公(장공)을 弑害(시해)하고 옹립한 제후다. 경공은 세금을 무겁게 부과하고 형벌을 가혹하게 시행했다. 또 첩의 아들을 태자로 세워, 훗날 난을 초래했다. 이때 그동안 민심을 얻고 세력을 확장했던 陳氏(진씨)가 제후의 자리를 대신한다. 공자는 실상과 추세를 꿰뚫어보고, 人道(인도)의 大經(대경)이자 政事(정사)의 根本(근본)인 저 ‘여덟 자’를 말한 것이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에서 앞에 놓인 君臣父子는 각각 그 사람을 가리키고 뒤의 글자는 그 道를 다한다는 뜻을 지닌다. 공자의 正名思想(정명사상)이 잘 드러난다.

正名이란 이름과 실질을 부합시키는 일이다. 사회 구성체에서는 각자 자기 명분에 해당하는 덕을 실현함으로써 올바른 질서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보수주의라고 일축할 수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현실 변혁의 이념을 읽어내고자 한다. ‘주역’도 누구나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얻어야 한다는 各得其所(각득기소)의 이념을 말하지 않았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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