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걸음 장세… ‘E 파생상품’ 올라타볼까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ELW 투자땐 종목 치밀히 판단
주도주는 콜, 비주도주는 풋 선택
ELS는 대형주 투자 상품 안전

사회생활을 시작한 2004년 하반기부터 우량주를 중심으로 소액의 안정적인 직접투자를 해온 회사원 이모 씨(31). 그는 그동안 ‘대박’은 아니어도 짭짤한 수입을 올렸고 자신의 투자전략에 나름대로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런 이 씨가 최근 작은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도, 오르지도 않을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각종 파생상품의 거래가 늘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그동안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반대로 위험성도 높아 파생상품에는 일부러 관심을 안 가졌는데 최근에는 ‘한번 해볼까’란 생각이 조금씩 들고 있다”고 말했다.

○ 급증한 ‘E 파생상품’들

최근 증시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파생상품의 거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원금 손실 위험이 높아 한동안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주식워런트증권(ELW)과 주가연계증권(ELS)의 거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ELW는 미리 정한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콜·call) 또는 매도(풋·put)할 수 있는 권리로 콜 ELW는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내고 풋 ELW는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내는 구조다. 수익률은 높지만 손실 가능성도 높아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LW는 올해 2분기에 하루 평균 7522억 원이 거래돼 5405억 원이었던 1분기보다 39.2% 늘었다. 또 5월 국내에선 하루 평균 5억3600만 달러(6725억 원)의 ELW가 거래돼 19억 달러(2조3849억 원)가 거래된 홍콩 다음으로 많았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LS도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5월에 9373억 원 이상 발행됐고 특히 지난달에는 총 1조 원 규모가 발행돼 9개월 만에 1조 원대를 회복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주가에 연동되는 ELS는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뒤 원금 손실을 기록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에게서 외면당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발행액이 947억 원에 불과했을 정도였다.



○ ‘왜 투자하는지’부터 생각하라

‘E 파생상품’의 증가 현상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주가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게걸음 장세’가 지속되는 것을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큰 폭의 변화가 없는 시장에서 직접투자보다 효과가 클 수 있는 파생상품에 개인투자자가 더 많이 몰린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청담지점 박환기 부지점장은 “최근 원금보장이 안 되는 ELS에 투자하는 것을 알아보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며 “지난해 말이나 연초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ELW와 ELS는 직접투자보다 복잡하고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투자를 왜 하느냐’는 점부터 차근차근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지금처럼 이런 상품들이 관심을 받는 시점일수록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AI전략팀의 이중호 선임연구원은 “파생상품에 투자할 땐 ‘로또’에 투자한다는 식의 투기심리를 가져서는 곤란하다”며 “ELW에 투자한다면 본인이 투자하는 종목이 시장 주도주인지를 치밀하게 판단해 주도주일 때는 콜을, 비주도주일 때는 풋을 선택하라”고 말했다. 박 부지점장은 “비원금보장형 ELS를 선택한다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낮은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것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