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시작한 2004년 하반기부터 우량주를 중심으로 소액의 안정적인 직접투자를 해온 회사원 이모 씨(31). 그는 그동안 ‘대박’은 아니어도 짭짤한 수입을 올렸고 자신의 투자전략에 나름대로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런 이 씨가 최근 작은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도, 오르지도 않을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각종 파생상품의 거래가 늘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그동안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반대로 위험성도 높아 파생상품에는 일부러 관심을 안 가졌는데 최근에는 ‘한번 해볼까’란 생각이 조금씩 들고 있다”고 말했다.
○ 급증한 ‘E 파생상품’들
최근 증시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파생상품의 거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원금 손실 위험이 높아 한동안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주식워런트증권(ELW)과 주가연계증권(ELS)의 거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ELW는 미리 정한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콜·call) 또는 매도(풋·put)할 수 있는 권리로 콜 ELW는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내고 풋 ELW는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내는 구조다. 수익률은 높지만 손실 가능성도 높아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LW는 올해 2분기에 하루 평균 7522억 원이 거래돼 5405억 원이었던 1분기보다 39.2% 늘었다. 또 5월 국내에선 하루 평균 5억3600만 달러(6725억 원)의 ELW가 거래돼 19억 달러(2조3849억 원)가 거래된 홍콩 다음으로 많았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LS도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5월에 9373억 원 이상 발행됐고 특히 지난달에는 총 1조 원 규모가 발행돼 9개월 만에 1조 원대를 회복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주가에 연동되는 ELS는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뒤 원금 손실을 기록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에게서 외면당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발행액이 947억 원에 불과했을 정도였다.
○ ‘왜 투자하는지’부터 생각하라
‘E 파생상품’의 증가 현상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주가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게걸음 장세’가 지속되는 것을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큰 폭의 변화가 없는 시장에서 직접투자보다 효과가 클 수 있는 파생상품에 개인투자자가 더 많이 몰린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청담지점 박환기 부지점장은 “최근 원금보장이 안 되는 ELS에 투자하는 것을 알아보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며 “지난해 말이나 연초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ELW와 ELS는 직접투자보다 복잡하고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투자를 왜 하느냐’는 점부터 차근차근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지금처럼 이런 상품들이 관심을 받는 시점일수록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AI전략팀의 이중호 선임연구원은 “파생상품에 투자할 땐 ‘로또’에 투자한다는 식의 투기심리를 가져서는 곤란하다”며 “ELW에 투자한다면 본인이 투자하는 종목이 시장 주도주인지를 치밀하게 판단해 주도주일 때는 콜을, 비주도주일 때는 풋을 선택하라”고 말했다. 박 부지점장은 “비원금보장형 ELS를 선택한다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낮은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것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