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빨리 먹는 직원이 일도 잘한다”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소형모터 세계1위 일본전산
독특한 채용방식 재계 화제

하반기(7∼12월) 대기업 입사를 꿈꾸는 취업 준비생들은 ‘밥 빨리 먹는 연습’도 미리 해둬야 할지 모르겠다. ‘밥 빨리 먹기’ ‘화장실 청소 잘하기’ 같은 독특한 채용 방식으로 유명한 소형정밀모터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일본전산이 한국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직원 4명의 영세기업에서 13만 명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일본전산의 성공신화는 예전부터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 회자돼 왔는데 최근 이를 다룬 ‘일본전산 이야기’(김성호 지음)가 출간되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20선(選)’에도 선정됐다. 이 연구소의 이정호 수석연구원은 “이 책을 통해 위기일수록 조직원의 기본기와 패기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압력밥솥 1위 업체인 ‘쿠쿠홈시스’의 구본학 사장은 “재계의 한 지인이 선물로 이 책을 보내와 잘 읽었다”며 “매우 인상적인 회사였다”고 말했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도 최근 기자와 만나 “LG의 ‘혁신학교’에도 화장실 청소, 밤새워 행군하기, 스스로 끼니 해결하기 같은 프로그램이 있는데 ‘반드시, 될 때까지 한다’를 모토로 내건 일본전산의 사례를 일부 참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와 LG CNS의 CEO를 지냈다.

일본전산 이야기 중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채용 방식. 특히 1978년 입사 전형에서 채택된 ‘밥 빨리 먹기’ 시험이 눈길을 끈다. 서류와 구두 면접을 통과한 입사 지원자들을 식당에 모아 놓고 점심식사를 제공한 뒤 먼저 먹고 식당을 나온 순서대로 합격자를 선발했다는 일화이다. 밥 빨리 먹는 사람이 일하는 속도도, 판단력도 빠르다는 것이다.

경기 지역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우리 회사도 몇 년 전부터 일본전산처럼 ‘밥 빨리 먹는 사람’을 뽑는다. 학벌이나 영어성적 위주로 채용할 때보다 조직 적응력 등에서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전(前)근대적인 일본전산의 채용방식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만큼 잠재력 있는 인재를 뽑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의 한 전직 CEO는 “아무리 심층면접을 해도 지원자의 속마음을 정확히 간파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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