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지키기’에서 ‘길목 지키기’로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인플레 걱정되는 하반기 재테크 전략은
채권형 줄이고 원자재-농산물-金 비중 늘려야
금리 상승 대비 주택 대출도 고정금리형 고려를

‘인플레이션을 뛰어넘어라.’

많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하반기 재테크의 핵심 투자전략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원금 지키기’였다. 올 하반기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을 초과하는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각국의 저금리 정책에 따른 초과 유동성이 원유와 곡물, 부동산 등 실물자산 시장으로 유입돼 이들 가격을 가파르게 상승시킬 수 있다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본격적 물가상승과 이후 유동성 회수정책인 출구전략 집행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길목 지키기’식 대비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자산가들은 최악의 상황을 넘겼다고 판단한 1분기 이후에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채권형 상품의 비중을 줄인 대신 원자재, 금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고 있다.

○ 인플레이션 곧 닥칠 분위기

올해 초만 해도 세계경제의 고민거리는 디플레이션이었지만 이제는 인플레이션 걱정이 대세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초저금리 및 통화 팽창 정책을 펴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전년 동기 대비 잉여유동성 증가율은 3월 24.4%, 4월 23.5%로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위기 해소 분위기에 따른 신흥국 경제의 고성장세와 달러화 약세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IC) 진영욱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이 푼 자금이 나중에 하이퍼 인플레이션(물가급등)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채권 대신 주식 비중을 높이고 해외 부동산, 원자재, 상품지수 등으로 투자대상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원자재 펀드, 물가연동국채 주목할 만해

가장 손쉽게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투자상품은 원자재 펀드다. 1980년대 이후 세 차례의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CRB상품지수(각종 원자재가격을 수치화한 지수)는 모두 물가상승률(OECD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CRB지수가 인플레이션 이상의 수익률을 냈듯이 인플레이션 회피(헤지)수단으로 원자재 관련 상품은 필수적”이라며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볼 때 뉴에너지(녹색성장)와 농산물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자닌펀드와 물가연동국채도 인플레이션 헤지 대안상품으로 추천된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거나 공모주에 집중 투자하는 메자닌펀드는 안정적이면서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어 인플레이션 시대에 적합한 상품이다. 채권의 이자나 원금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지급하는 물가연동채권도 일반적인 채권 수익률에 플러스알파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 금리상승 대비해야

인플레이션 대비는 곧 금리 상승에 맞서야 한다는 뜻과 같다.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회복 속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문가들은 이르면 연말쯤에는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조만간 금리상승 신호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금리 상승기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고정금리형으로 갈아타거나 금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전에 부채를 최대한 많이 갚을 필요가 있다.

예·적금을 하려는 투자자는 연말까지 6개월 미만의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다가 금리가 오르는 시점에 만기 1년 이상의 상품에 가입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채권 투자는 금리 변동에 따른 수익률의 변화가 적은 초단기 채권형 펀드나 확정금리형 상품을 권하는 전문가가 많다. 정상영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 PB팀장은 “PB고객 중에는 하반기 금리상승을 염두에 두고 만기 매칭 상품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며 “만기 매칭 채권은 투자 수익률이 고정되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도 수익률에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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