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필체인식 기술로 IT 새 미래 연다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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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기업솔루션의 핵심’ 왓슨 중앙연구소 뉴욕주 호손캠퍼스 가보니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기회 창출
IT 서비스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혁신 이끌어”

8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주 뉴욕 시의 맨해튼 중심가에서 버스로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호손 시.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지막한 건물들이 띄엄띄엄 보이고, 이내 ‘IBM’이라는 익숙한 이름의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세계적 정보기술(IT) 회사인 IBM의 ‘브레인’, 왓슨 중앙연구소 호손캠퍼스다. 오랜만에 내리쬔 뜨거운 햇볕 덕에 녹색의 주변 환경이 더욱 평화로워 보였다.

○ 기술 리더로서의 자신감

IBM은 미국(왓슨, 알마덴, 오스틴) 스위스 이스라엘 일본 중국 인도 등 6개국에서 모두 8곳의 글로벌 연구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순수 과학기술 인력만 3100여 명. 이 중 헤드쿼터(본부) 역할을 하는 왓슨 중앙연구소는 뉴욕 주의 요크타운 하이츠 시와 호손 시,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시에 3개 캠퍼스를 갖고 있다. 호손캠퍼스는 요크타운 캠퍼스보다 규모가 훨씬 작지만 콘텐츠 관리, e커머스(전자상거래) 등 기업 솔루션 분야의 핵심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뉴욕∼호손(32km)의 거리가 뉴욕∼요크타운(61km)보다 훨씬 가깝기 때문에 IBM 연구소를 구경하려는 외부 방문객들에게도 인기다.

호손캠퍼스가 입주한 17동 1층으로 들어서자 한 벽면 전체에 IBM이 최초 개발에 성공한 핵심 기술들 소개가 가득하다. 트랜지스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반도체, 나노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기업 소개를 맡은 IBM의 바버라 린든 씨는 “우리는 단지 미국의 혁신만을 이끌어 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전 세계의 혁신을 이끄는 기업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한 해에만 4186건(세계 1위)의 특허를 등록한 기술기업 IBM의 자신감이었다. IBM은 현재까지 노벨상 수상자 5명에다 AM튜링상과 미국 국가 기술훈장 수상자를 6명씩 배출했다.

○ 현재를 넘어 미래를 분석한다

IBM은 2000년부터 글로벌테크놀로지아웃룩(GTO)을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향후 3∼10년간 어떤 기술이 비즈니스 환경을 가장 크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다. ‘GTO 2009’도 최근 발표했다. 기술동향을 다른 기업들보다 앞서 제시함으로써 미래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당장의 돈벌이에 급급해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된다.

IBM은 GTO 2009를 통해 미래 주요 기술동향 6가지를 제시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와 모바일 뱅킹 등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경제’ △똑똑한 결정을 위한 데이터 △서비스 품질 향상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 솔루션 △변형 하이브리드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IBM 왓슨 중앙연구소의 첸 야호 청 박사는 “이 기술들은 전 지구가 미래를 대비해 건강한 체질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하는 ‘똑똑한 지구(smart earth)’를 실현하는 것과도 깊이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 고객 가치 창출이 IT의 미래

또 다른 IBM의 연구원인 레이먼드 히드니 박사가 현재 진행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개인이 사인을 할 때마다 필체는 물론 센서에 감지되는 압력과 각 획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분석해 완벽한 변별력을 가지는 필체인식시스템이다. A라는 사람이 자신의 사인을 하면 보통 75% 이상이 일치하지만, B라는 사람이 A의 사인 필체를 똑같이 따라하더라도 일치 비율이 1%가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사인 하나로도 개인 분별이 완벽해지기 때문에 신용카드 사용까지도 필요 없게 될 것이라는 게 히드니 박사의 설명. 그는 “상용화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미 미국 정부 기관과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IT 서비스기업이 고객에게 필요한 시스템을 주문제작하는 것을 떠나 고객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주는 것의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주요 기술이 급변하면서 연구주제의 틀 자체가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 IBM 측 주장이다. 1970년대에는 각 기업이 스스로 결정한 연구 분야에 투자를 집중했다면 80년대 들어서는 기업 간 협력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1990년대에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한 연구가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세였고 2000년대부터는 고객의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만드는 데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호손(미국)=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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