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기자의 digi談]한계는 깨라고 있는 것이죠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열정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약 15년 전의 일입니다. LA 다저스의 선발 박찬호 선수가 마운드에 섰습니다. 투 아웃에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 동점 주자와 역전 주자가 2, 3루에서 홈을 노려보고 있는 위기의 순간.

긴장된 목소리의 캐스터가 느긋한 해설자에게 물었습니다.

“박찬호 선수, 무슨 공을 던질까 신중히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있죠?”

“예, 지금 타자가 빠른 직구를 잔뜩 노리고 있거든요.”

“아! 그러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변화구를 던져야겠죠.”

‘그렇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저럴 때는 말이죠. 더 빠른 공을 던져서 타자를 깜짝 놀라게 해야 합니다.”

빠른 공 말고도 ‘더 빠른 공’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는 최선과 최고가 어느 정도인지를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상상 밖에는 항상 ‘더 빠른 공’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1899년 미국의 특허청장 찰스 듀얼은 “발명될 수 있는 것은 이미 모두 다 나왔다”는 말과 함께 특허청 폐지를 건의하고 사임했다고 합니다. 4년 뒤 라이트 형제가 동력 비행기를 발명했죠. 이 이야기의 진위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상의 한계를 보여주는 일화는 많습니다.

1921년 뉴욕타임스는 로버트 고다드의 로켓 발명에 대해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는 것 아니냐”며 비꼬았고, 1943년 미국 컴퓨터 회사 IBM의 토머스 왓슨 회장은 “컴퓨터는 전 세계에서 5대 정도 팔릴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하네요.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얼마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상기시켜 준 것처럼 60년 전 한국은 케냐보다 못사는 나라였죠.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전 국민이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통화할 줄은 몰랐습니다.

상상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것은 누군가의 열정입니다. 열정은 우리가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게 해줍니다. 미래를 볼 수는 없지만 열정이 있다면 스스로 만들 수 있죠. 기우제를 지내기만 하면 100% 비가 내리는 무당의 비법은 ‘비 올 때까지 굿을 하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모두들 어렵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2007년 7월 시작한 디지담이 오늘로 끝을 맺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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