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드로’ ‘랜디 신혜’ ‘BK 유리’… 연예인 시구 업그레이드

  • 입력 2009년 7월 20일 20시 5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5일 세인트루이스 뉴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왼손으로 시구를 하고 있다. 그는 깔끔한 투구 매너로 만원관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左).  개념시구’ 바람을 불러온 탤런트 홍수아가 2007년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시구를 하고 있다. 공을 던지며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이 실제 투수와 닮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5일 세인트루이스 뉴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왼손으로 시구를 하고 있다. 그는 깔끔한 투구 매너로 만원관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左).
개념시구’ 바람을 불러온 탤런트 홍수아가 2007년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시구를 하고 있다. 공을 던지며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이 실제 투수와 닮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여자 연예인들의 시구는 탤런트 홍수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05년 7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선 홍수아는 7부 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마운드에 올라 호쾌한 폼으로 공을 던졌다. 팬들과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홍수아에겐 메이저리그의 대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필라델피아)의 이름을 딴 '홍드로'라는 별명이 생겼다. 일명 '개념 시구'의 탄생이었다.

이후 여자 연예인들의 시구는 확연히 달라졌다. 치마와 하이힐 등 야구장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은 거의 사라졌다. 일찌감치 연습을 하고 시구에 나서는 경우도 많아졌다. 왼손으로 시구한 박신혜는 랜디 존슨의 이름을 따서 '랜디 신혜', 언더핸드스로 시구를 한 소녀시대 유리는 김병현의 BK를 딴 'BK 유리'로 불렸다.

연예인 시구와는 달리 여전히 2% 부족한 게 국내 정치인들의 시구다. 이 때문에 지난 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시구는 화제를 모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청바지에 흰색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났다. 양복바지에 빛나는 구두가 유니폼인 국내 정치인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는 평소 시카고 화이트삭스 모자를 쓰고 다니는 열성 팬답게 모든 사람의 눈이 집중되는 올스타전에서 화이트삭스 점퍼를 입었다. 마운드에 오를 때는 경기 시간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뛰어갔다. 왼손잡이 투수의 정석대로 왼발로 투구판을 제대로 밟고 포수로 나선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1루수)에게 공을 던졌다. 시구 뒤에는 푸홀스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재빨리 운동장에서 내려왔다. 이날 시구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며칠 전부터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연습을 했다.

그는 또 시구 전 일찌감치 양 팀 더그아웃에 들러 선수, 코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아메리칸리그 더그아웃에서는 일본인 선수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에게 "열광적인 팬이다. 어쩜 그렇게 어깨가 강하냐"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치로는 "너무 감동했다"며 그에게 사인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야구에 대한 애정은 팬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가 그라운드에 나타나자 구장을 가득 메운 4만6000여 관중은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그는 시구 뒤 FOX TV 중계석에서 해설자로도 나섰다. "왜 화이트삭스 점퍼를 입었느냐"는 질문에는 "(부인인 미셸이) 내가 이 옷을 입으면 귀엽다고 하는데 왜 안 입겠느냐"고 재치 있게 답변했다.

반면 국내는 어떨까. 한 인사는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4월 4일 한 야구장에서 느릿느릿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한 뒤에는 양 팀 관계자들과 한참 인사를 하는 바람에 일부 관중으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제는 팬들의 눈이 높아져 시구에 나서는 사람이 정말 야구팬인지, 아니면 얼굴만 내밀려고 하는 지 더 잘 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시구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