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 복병…남아공서 ‘예방주사’

  • 입력 2009년 7월 20일 08시 44분


허정무호 월드컵 16강의 조건

허정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달 초 2010년 월드컵대회 개최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현지 답사한 후 가진 귀국 인터뷰에서 남아공의 환경 조건을 설명하면서 “공기 저항이 적다보니 볼의 속도가 빠르고, 체력이 쉽게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선수들이 아직 겪어보지 못한 고지대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하고 온 것이다. 그래서 허 감독은 “고지대 등 환경적 변수를 극복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원정 첫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바로 ‘고지대’라는 변수를 반드시 넘어야하는 것이다. 이번 주 ‘스포츠 &사이언스’에서는 고지 환경이 과연 어떤 상황을 초래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 지를 알아본다. 또한 그 대안도 찾아본다.

고지환경에 대한 인간능력의 적응과정에 대해 처음 소개한 사람은 1950년 아코스테 박사이다. 페루의 고지대인 안데스산맥에 직접 거주하면서 스스로 체득한 많은 경험을 발표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런 고지환경이 스포츠와 연관지어 알려진 것은 1968년 멕시코올림픽 대회였다. 당시 주 경기장은 2286m라는 고지에서 경기가 개최되었는데, 장거리 종목에서 입상자 대부분이 고지대 국가출신의 선수들이었다. 이런 결과를 보여주면서 고지환경에 대한 인간능력의 변화, 고지환경에서의 심장과 폐 기능의 변화 등이 일반인에게 소개됐다. 이후 고지대에서 경기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각 국가들이 고지환경에 대한 특성, 훈련효과 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으며, 특히 고지훈련 시 적정 높이, 훈련기간 등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면 과연 고지환경은 인체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기에 남아공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 관계자들은 철저한 준비를 위한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일까.

○고지대는 쉽게 피로해지는 몸의 산성화 현상이 문제

고지 환경은 높이의 증가로 인해 낮은 기압, 낮은 산소분압, 낮은 기온 및 습도가 대표적인 특성인데, 이런 환경은 인간이 활동하는데 필요한 정상적인 에너지 공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주게 된다. 즉, 혈액의 산소운반능력을 감소시키고, 폐포산소분압을 감소시켜 운동수행력을 떨어뜨린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주로 해수면 정도의 높이로, 기압이 760mmHg, 폐포산소분압이 105mmHg 정도이지만, 2000m의 고지대에 올라가게 되면 기압은 530mmHg로 떨어지고, 폐포산소분압은 71.2mmHg까지 줄어들어 에너지공급에 필요한 산소운반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고지대에 도착하면 초기에 혈장 및 혈액량이 감소, 혈액의 완충능력이 약화되어 운동 시 쉽게 피로해지는 몸의 산성화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고지대에서 훈련이 지속되면서 말초순환과 세포수준의 긍정적 변화가 이뤄지면서 적응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신경계와 내분비계는 부정적 초기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는 수면부족, 호흡부조화 등과 같은 신경계 작용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며, 특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테스테론이 감소하게 되고 면역기능에 대한 부가적인 스트레스도 줘 인체 생리적 기능을 다소 혼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고지대는 운동을 발현하는 근육의 근섬유 면적을 감소시키고, 근수축의 직접에너지인 ATP 생성능력을 감소시켜 운동수행능력을 감소시키게 된다. 이와 함께 간혹 몇몇 선수에게는 컨디션 조절에 매우 중요한 소화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메스꺼움이나 구토증세도 있을 수 있다. 이상은 고지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여러 가지로 나열한 것이다. 이런 증세는 고지 높이와 개인차에 의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최고의 엘리트 선수들이 겨루는 국제경기에서는 경기승패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고지대 극복은 적응 훈련이 관건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방법은 바로 고지적응을 위한 고지대에서의 훈련실시이다.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즉 이런 상황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에 참가하는 것은 경기에 참가하기 전 물을 준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남아공월드컵 준비를 위한 전지훈련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이에 따른 대응방법을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을 미리 경험한 선수들은 훈련의 질이나 강도를 증가시키는데 있어 훨씬 효율적이고, 진짜 경기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2010남아공월드컵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개최지 위치의 특성상 한국과 같은 조건에서 훈련을 실시할 것이다. 즉 같은 조건에서 출발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고지대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국내에서처럼 뛰어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사상 첫 원정 16강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윤성원 KISS 수석연구원

정리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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