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스포츠 클럽] 대통령의 시구를 보고 싶다

  • 입력 2009년 7월 20일 08시 23분


지난 15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제80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아메리칸리그가 4-3으로 내셔널리그에 승리를 거두면서 최근 13년 동안 12승 1무의 압도적 우위를 계속해서 지켜나갔다. 이번 올스타전에서 MVP 칼 크로포드(탬파베이 레이스) 못지않게 관심을 끈 인물은 바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었다. 청바지 차림에 시카고 화이트삭스 점퍼를 입고 시구를 하는 그의 모습은 전 세계로 전해졌고 대통령의 파격적인(?) 언행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용감하게도 세인트루이스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 점퍼를 입고 시구한 후 자신이 화이트삭스 팬이란걸 누구나 안다고 하면서 생방송을 통해 시구를 위해 백악관에서 투구연습까지 했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들의 올스타전 시구에 이어 역대 4번째인 그의 시구는 자연스러워 보였고 대중과 더욱 가까워 보였다. 미국 대통령의 시구를 우리나라에 대비시켜 본다면 어떨까?

청와대에서 시구 연습을 한 후 광주에서 벌어지는 올스타전(25일)에 특정구단의 점퍼를 입고 대통령이 시구를 하면서 “나는 원래부터 특정구단의 팬이었다”고 한다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이 한가하게 야구연습이나 하고 광주에서 하는 올스타전이면 당연히 KIA 타이거즈 점퍼를 입어야 하며, 방송 부스에 와서 인터뷰까지 할 정도로 할 일이 없느냐는 비난이 뒤따르지 않을까? 그것이 일부이든 다수이든….

스포츠 천국인 미국과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스포츠, 예술, 문화에 시간할애를 좀 더 하려해도 국민들의 반응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올스타전 시구는 어렵다 치더라도 한국시리즈 우승이나 축구, 농구, 배구 등의 챔피언 팀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오찬이라도 나누는 모습을 필자는 기대해 본다.

스포츠는 세대, 지역, 계층, 빈부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방편 중의 하나이며 중도 실용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국민들이나 팬들의 수준도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바쁜 와중에도 스포츠, 문화, 예술인과 함께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거나 미소짓는 국민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한다.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인 스포츠, 문화, 예술 참여를 기대해 본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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