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에세이] 시사회 무대인사도 무한변신

  • 입력 2009년 7월 20일 07시 36분


“이번에 처음으로 사투리에 도전했는데예∼.(쑥스런 웃음)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더!”(넙죽)

16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의 첫 언론 및 배급 시사회. 주연 배우 하지원이 한 인사말에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안녕하셔요. 하지원입니더”라며 진한 부산 사투리로 인사를 한 것인데요. 예상치 못한 인사말에 한 관계자는 “영리한 배우”라며 웃더군요.

영화 ‘거북이 달린다’와 ‘여고괴담’ 시리즈의 제작사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제작자로서의 관록 못지않게 충무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수준의 입담으로 유명합니다. ‘여고괴담5:동반자살’의 무대 인사에서는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과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 등 미국 블록버스터를 의식한 듯 “왔다갔다하는 로봇들을 우리 귀신이 다 잡아먹겠다”면서 자신이 제작한 또 다른 영화 ‘거북이 달린다’를 떠올리며 “‘여고괴담’의 경쟁작은 ‘거북이 달린다’ 뿐이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오래 전 일이지만, 또 다른 무대인사 풍경 하나를 더 소개해볼까요. 영화 ‘마지막 늑대’의 관계자 시사회 무대에서 당시 제작사 제네시스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그저 소형 아파트 하나 장만할 수 있게 해달라”는 너스레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지요.

그런가 하면 최진실 박신양 주연의 영화 ‘편지’의 제작사 신씨네 신철 대표는 IMF 위기 속에서 영화를 개봉하면서 시사회 무대인사에서 큰절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시사회에서 배우와 감독들의 무대인사가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입니다.

그 전에는 20∼30석 규모의 상영실에서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말 그대로 진짜 언론 시사회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매체가 많아지고 배급 등 산업의 규모가 성장하면서 덩달아 시사회 규모도 커졌고, 이제 이런 시사회에서 진행하는 배우와 감독의 무대인사는 하나의 이벤트가 된 듯합니다. 무대 인사 초기 많은 감독들은 “아직 후반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혹은 “사운드 작업 중이다”면서 이를 감안해 영화를 봐달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요즘엔 “열심히 찍었으니 재미있게 봐달라”는 인사가 많습니다.

영화 관계자 여러분! 모든 영화가 100%%, 열과 성을 다해 “열심히 찍은” 작품인 것을 관객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대중을 위로하고 웃음과 감동, 희망을 선사하려는 여러분들의 노고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노고’의 말이 영화를 바라보는 전부가 될 수 없음도 여러분은 또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엔터테인먼트부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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