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화장품은 인도 소녀의 피눈물”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펄 원료 운모광산서 1300원에 12시간 중노동
英 선데이타임스 폭로

“네팔과 가까운 인도 동북부 자르칸드 주의 한 오지 광산. 한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 6세짜리 여자 어린이 소냐가 고사리 손으로 광물을 캐고 있었다. 살인적인 더위에 지친 듯 어깨가 축 늘어졌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예쁜 꽃무늬 원피스는 먼지투성이다. 힘들지만 손놀림을 멈출 순 없다. 하루 12시간 고된 노동 끝에 버는 돈은 50루피(약 1300원). 이 돈이 없으면 오늘도 굶어야 한다. ‘친구들과 놀고 싶다, 유치원에 가고 책도 읽고 싶다….’ 하지만 소녀의 ‘소박한 꿈’은 고된 노동 속에 시들고 있다.”

19일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전한 아동 노동의 현장이다. 아이들의 땀과 눈물로 캐낸 광물의 종착지는 서구 여성들의 얼굴. 소녀가 캔 운모는 립스틱, 아이섀도 등의 화장품에서 펄(반짝이)의 원료로 쓰인다. 신문은 “화장품 회사들이 소년소녀의 반짝이는 꿈을 뺏어 여성들의 얼굴을 반짝이게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소냐 양이 일하는 광산에서는 적어도 15명의 어린이가 맨손으로 땅을 헤집고 있었다. 한 어머니는 교복을 입은 자녀 5명과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폐결핵을 앓고 있다는 산투 군(12)의 두 손에는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다. 린키 군(8)은 “팔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의 할머니는 “손자를 학교에 보내고 싶지만 살길이 막막해 어쩔 수 없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작업환경은 처참하다. 아이들은 땅을 1.5∼3m 파내려가 일을 한다. 일하다 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지난해엔 한 아이가 매몰돼 숨지기도 했다. 뱀에 물리고 말라리아에 걸리는 아이도 있다. 고된 노동에 탈진, 일사병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인도 법에 따르면 광업 등 위험한 노동은 18세가 지나야 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인도의 아동인권단체인 ‘바크판 바차오 안돌란(BBA)’은 “자르칸드 지역에서만 수만 명의 아동이 운모 광산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캔 운모는 인근 마을의 수출업자에게 넘겨진다. 이 과정에서 업자들은 불법 아동노동을 숨기려 경찰에 뇌물을 주기도 한다. 수출업자들은 운모를 미국 유럽 동아시아의 화장품 원료업체로 넘긴다. 신문은 “유럽에서는 주로 독일로 운송되며 세계적인 화학 및 의약업체인 머크사(社)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머크사는 “이런 현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렇게 먼 곳에서 일어나는 불법 노동을 철저히 조사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BBA의 활동가 부완 리부 씨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해 지구 반대편 아이들의 꿈을 짓밟는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며 “화장품 업체와 소비자, 각국 정부가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