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이헌진]中위구르 정책 발상 전환을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최근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는 ‘한 가족(一家人)’이란 노래가 TV를 켤 때마다 흘러나온다. 직장에서는 이 노래 배우기 운동이 한창이다. 자치구 정부가 최근 민족대단결을 위해 특별히 만든 이 노래는 “모두들 한 가족, 너와 나를 구분하지 말자”며 화합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대규모 유혈시위가 발생한 지 19일로 꼭 2주가 됐다. 유혈시위 발생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어디서나 보이는 군경(軍警)들과 어디서나 들리는 이 노래다.

중국정부는 소수민족 우대정책 아래 다수민족인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번영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외모 언어 종교 역사 문화가 한족과는 확연하게 다른 위구르족이 전체 인구의 46%인 신장도 예외는 아니다.

위구르족은 우선 공무원 임용에서 우대를 받는다. 위구르족은 대학입시 때 총점 750점 가운데 최대 50점의 가산점을 받는다. 위구르족은 한족과 달리 자녀를 2, 3명 낳아도 된다. 중국정부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신장의 지역총생산 증가율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중국 지폐에는 위구르(維吾爾)족 문자도 들어 있다. 중국 정부는 이처럼 위구르족에게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해왔고 위구르족도 차별을 느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중국정부는 우루무치 사태 직후 “이는 극단적인 종교 세력과 민족분열 세력, 국제테러 세력 등 3대 세력의 조직적 범죄”라고 선언했다. 이번 사태는 순전히 극소수 세력에 의한 우발사태라는 것이다.

반면 중국 밖의 전문가들은 민족 간 차별과 불평등에 뿌리를 둔 민족문제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본다. 실제 유무형의 차별을 짐작하게 하는 자료가 적지 않다. 2007년 현재 자치구의 공무원 가운데 소수민족은 40%이고 나머지는 한족이다. 인구 비례는 이와 정반대다. 게다가 부처 요직은 대부분 한족 차지다. 신장의 최고 실력자인 자치구 공산당 서기 역시 한족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신장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9893위안으로 전국 평균 2만2698위안의 87.6%에 불과했다. 특히 한족이 주로 사는 도시지역의 주민 1인당 가처분소득은 1만1432위안으로, 위구르족이 주로 사는 농촌지역 주민 순수입 3503위안의 3.26배나 됐다.

중국이 신장을 병합할 당시 이 지역 한족은 전체 인구의 6.7%에 불과했다. 신장은 말 그대로 위구르족의 세계였다. 중국이 신장을 병합한 지 60년이 지났지만 한족과 위구르족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것 같다. 우선 언어 장벽이 높다. 자치구 최고 대학인 신장대학의 한 관계자는 “위구르족 대학생의 중국어(보통화) 실력이 형편없다”고 말했다. 신장 거주 한족이 위구르어를 배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종교도 민족 간 이질감을 부추겼다. 한 예로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은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중국은 돼지고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나라다.

이런 탓에 소수민족 가운데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위구르족은 중국에서 가장 폐쇄적인 소수민족이 됐다. 다른 민족 간의 통혼율에서 위구르족은 0.62%로 소수민족 중 가장 낮다(2000년 인구센서스). 티베트족의 통혼율은 6.49%에 이른다. 다른 소수민족의 통혼율은 10%를 훌쩍 넘는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민족문제와 무관하다는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부터 갈등 해결은 시작된다.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에 새로운 사고와 대담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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