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 스톱”… 기업들 탄소전쟁 “고”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햇빛을 잡아라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에 있는 스털링에너지시스템사의 태양열 에너지 발전시설이 햇빛을 잡아 에너지로 바꾸고 있다. 회사 측은 2010년부터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한 발전 시설을 만들어 상업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AP 연합뉴스
햇빛을 잡아라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에 있는 스털링에너지시스템사의 태양열 에너지 발전시설이 햇빛을 잡아 에너지로 바꾸고 있다. 회사 측은 2010년부터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한 발전 시설을 만들어 상업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AP 연합뉴스
삼성-LG전자 제조공정 개선해 온실가스 감축 나서

포스코파워-한화도 탄소배출권 거래사업 뛰어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간판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 그동안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중화학업종 위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전자업계나 일반 소비자 대상 업종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는 2013년부터 적용될 국제기후변화협약인 포스트(post) 교토의정서에 따라 한국도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방안이 유력시되는 데에 따른 것이다.

○ ‘탄소 전쟁’ 막 올랐다

삼성전자는 이윤우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 사옥에서 ‘녹색경영 비전 선포식’을 열고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생산 전 공정과 제품 사용 단계 등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녹색 성장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캐치 CO₂’(이산화탄소를 잡아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3년까지 온실가스를 200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유엔이 지정한 국내 온실가스 검증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산업계는 에버랜드가 삼성그룹에서 처음으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시작으로 CDM 사업이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버랜드는 최근 경북 김천 태양광발전소에 대해 유엔에 CDM 사업 등록을 신청했다.

LG그룹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는 제품 생산 공정 개선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 3000만 t을 감축할 계획이다. 서울시 면적의 53배에 이르는 면적에 잣나무 96억 그루를 심는 것과 같다.

LG전자는 이미 올해 상반기(1∼6월) 잣나무 7억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인 210만 t의 온실가스를 줄였다. 또 LG상사는 LG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인 육불화황을 섭씨 1300도 고온으로 태워 없애는 기술을 독자 개발해서 탄소 배출권을 연간 55만∼98만 t 확보해 CDM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포스코는 자회사인 포스코파워가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을 통해, 한화도 질산 제조과정을 통해 각각 CDM 사업을 하고 있다.

○ 소비자도 온실가스 줄이기

온실가스를 절감한 소비자들이 이를 현금으로 되돌려받을 수 있는 사업 모델도 개발됐다. SK그룹 계열의 SK마케팅앤컴퍼니는 저탄소 제품 구매 소비자들에게 ‘탄소 포인트’를 줘서 이를 제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쓰도록 하는 ‘탄소 캐쉬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재 신세계 이마트와 국민은행, 서울메트로, 유한킴벌리, 대성쎌틱 등 13개사가 제휴 의사를 밝혔다. 특히 대성쎌틱은 에너지 효율을 높여 가스비를 최고 35% 줄인 제품인 ‘S-line 프리미엄 콘덴싱 보일러’ 구매자에게 탄소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외환은행이 최근 출시한 ‘넘버엔 이패스’ 카드를 쓰는 사람은 출퇴근 시 지하철 5∼8호선을 이용하면 매회 100∼200원(월 최대 2만5000원)을 현금으로 되돌려받을 수 있다. 자가용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인식을 확산시키자는 게 이 카드의 취지다.

○ 기업들 “1000억 달러 시장 잡아라”

기업들이 잇달아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온실가스 관련 사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다.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해 이를 거래하는 CDM 시장은 2012년 1000억 달러 이상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온실가스 감축량이 원가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예전에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피해를 본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부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올해 3월 에너지 고효율 가전 판매가격의 5%를 정부가 소비자에게 포인트로 주는 방법으로 고효율 가전제품 보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 하원은 지난달 말 녹색가전 구매자에게는 보조금(리베이트)을 지급하는 ‘미국 청정에너지 안전보장법안(ACES)’을 통과시켰다.

:탄소배출권: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통해 확보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유가증권 형태로 다른 기업이나 국가에 팔 수 있는 권리.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은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권이 t당 10유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온실가스:

땅에서 복사되는 에너지를 흡수해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대기 중의 기체. 이산화탄소가 대표적이다.

:청정개발체제(CDM):

기술과 자본을 투자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그 감축량에 상응하는 탄소 배출권을 다른 기업이나 국가에 판매하는 사업.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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