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귀가 없는 아이들, 소이증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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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 아닌 메드포 이용해 가슴에 흉터 안 남기고 수술 시기 앞당겨

귀는 오감(五感) 가운데 청각을 담당하는 신체 부위다. 사람들과 원활히 의사소통을 하거나 주변의 위험을 감지할 때 청각은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귀의 생김새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토끼의 귀처럼 뾰쪽한 모양, 작고 동그란 모양, 부처님의 귀처럼 크고 아래로 축 늘어진 모양 등 가지각색이다.

귀는 눈, 코, 입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드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외관을 평가할 때 빠지지 않는 미의 기준 중 하나다. 귀가 없는 사람을 상상해 보자.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어색하다.

하지만 실제로 귓바퀴 없이 귓불만 있는 상태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다. 소이증(小耳症) 때문이다. 소이증은 선천성 기형의 일종으로 신생아 2500∼7500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소이증을 앓는 아이 중 약 85%는 한쪽 귀에서만 소이증이 나타나지만 나머지 15%는 양쪽 귀 모두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이 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소이증 치료, 어떻게 해야 할까?

○ 갈비뼈 연골 대신 ‘메드포’로 수술…더 빨리, 상처 없이 치료

소이증은 귀의 성장이 80% 정도 이뤄진 6세 이후부터 치료가 가능하다. 정상적인 귀의 모양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

수술은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1차 수술을 통해 먼저 귀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는다. 그런 다음 2차 수술을 통해 귀의 전체 길이와 세부적인 귀의 모양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귀의 뼈대로는 환자의 갈비뼈 연골을 이용한다. 이는 지금까지 사용돼 온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연골을 빼내는 과정에서 가슴에 상처가 생긴다는 게 단점이었다.

또 갈비뼈가 어느 정도 성장해야만 연골을 빼낼 수 있어 소이증을 앓는 아이들은 보통 10세 이후에나 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 다보니 아이들에겐 귀로 인한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안면윤곽전문인 프로필성형외과의 정재호 원장은 ‘메드포’라는 물질을 이용해 수술을 한다. 메드포는 인공뼈로 사용되는 보형물로 미국 성형외과 전문의인 라이니시 박사가 소이증 수술에 처음 적용했다.

메드포는 원료 자체에 미세한 구멍이 있어 그 사이로 세포조직이 자라나 인체조직과 유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감염이나 이물반응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드포를 사용하면 환자의 갈비뼈 상태와 상관없이 수술을 할 수 있어 취학 전인 5, 6세 환자도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수술 후 가슴에 남을 상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 원장은 2003년 라이니시 박사를 찾아가 그의 수술법을 배웠다. 현재까지 메드포를 사용해 100건 이상의 수술을 한 정 원장은 “감염과 이물반응에 의한 부작용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부분적 괴사가 3건 발생했지만 이 또한 재수술을 거쳐 깨끗하게 치료됐다”고 설명했다.

○ 오랜 시간의 연구와 숙련된 테크닉 필요

소이증 치료를 위한 수술에선 두피 바로 아래에 있는 ‘측두근막’을 절제해 새로 세운 귓바퀴를 덮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 측두근막엔 미세혈관이 퍼져있어 신체의 일부에서 떼어낸 피부를 이식했을 때 세포들이 괴사하지 않고 재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때문에 새로 세운 뼈대 위를 측두근막으로 감싸지 않으면 피부이식이 불가능하다.

피부이식에 사용되는 부위는 배와 왼쪽 또는 오른쪽 귀 부분이다. 반대편 귀에서 떼어낸 피부는 새로 만든 귀의 앞부분에, 배에서 떼어낸 피부는 귀의 뒷부분에 사용한다.

소이증 치료를 위한 수술은 이처럼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귀의 뼈대를 만드는 일부터 측두근막을 뼈대에 덮고 피부를 이식하는 과정 모두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수술 시간도 7시간이나 걸린다. 이 때문에 귀 성형 전문의는 세계적으로도 그 수가 많지 않다.

정 원장은 “소이증 수술은 없는 귀를 의사가 새롭게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면서 “오랜 시간의 연구와 노력, 숙련된 기술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려운 수술”이라고 말했다.

○ 이비인후과 협진, 청력 개선 수술도 병행

정 원장은 귀 전문병원인 소리이비인후과와 협진을 맺고 필요에 따라 청력 개선 수술도 진행한다. 소이증 환자들의 청력은 정상 청력의 40%밖에 되지 않기 때문.

정 원장은 현재 메드포를 보다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과 상처 부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가 아닌 다른 곳에서 피부를 이식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메드포는 사람의 갈비뼈보다 약간 더 딱딱하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두피의 피부를 이식하거나 다른 사람의 피부를 이식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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