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갔던 외국인 ‘큰손’돼 돌아왔네

  • 입력 2009년 7월 19일 22시 19분


올해 3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자'로 돌아서면서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8개월 만에 다시 30%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셀코리아(Sell Korea)'를 주도했던 헤지펀드들이 이 기간에 '바이코리아(Buy Korea)'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변신해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피는 17일 1,440.10으로 마감해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실적 발표와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겠지만 지난해처럼 투매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외국인 시가총액비중 30% 회복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14일(30.02%)부터 30%대를 계속 웃돌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이 30%를 회복한 것은 지난해 10월 30일(30.12%)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1월 32%에서 줄어들기 시작, 올 4월에는 27%까지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년간 43조2241억 원어치를 순매도한데 이어 올해 1월 4178억 원, 2월 1조3828억 원을 순매도하는 등 전방위적인 매도세를 펼치며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들이 '팔자'에서 '사자'로 돌아서게 된 것은 3월 이후부터. 3월 이후 외국인들은 전기전자, 금융,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사들이기 시작해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6조2763억 원을 순매수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지속된 배경으로 외환시장의 안정, 신흥시장의 빠른 경제 회복,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기업의 실적을 들고 있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글로벌 위기에 대한 극도의 우려가 지나간 이후 한국 주요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한국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 회복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의 변신

외국인들의 순매수 기조 속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헤지펀드 자금의 귀환이다.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6조2763억 원의 자금 가운데 헤지펀드 자금인 룩셈부르크가 국적별 순매수 중 가장 많은 1조8179억 원을 기록했다. 이외에 헤지펀드 자금으로 평가되는 케이만아일랜드도 1조854억 원을 순매수해 국적별 순매수 3위를 차지했다. 룩셈부르크와 케이만아일랜드는 올해 2월까지 순매도세를 보이다 3월 이후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헤지펀드는 지난해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디레버리지(부채 축소)와 투자자들의 환매 등으로 외국인 순매도를 주도했던 세력이다. 3월 이후 글로벌 헤지펀드의 디레버리지가 대략 마무리되고 한국 증시에 대한 매력이 부상하면서 올해 상반기 주요한 매수 세력으로 변신한 것이다.

한편 미국 국적의 자금은 3월까지 순매도를 보이다 4월(4489억 원) 이후 순매수로 돌아서 올해 들어 1조5476억 원을 순매수하며 국적별 순매수 2위를 차지했다. 특히 6월엔 1조6114억원을 순매수해 5월보다 순매수 규모가 248%나 급증했다.

매수 기조 이어질까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지만 한국의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고 있고 향후 한국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좋아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기조적으로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이 절대 저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양적완화정책을 중단하기 전까지는 외국인들의 신흥시장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종 중에서는 실적을 고려해 전기전자, 금융, 자동차 업종 위주의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IT 기업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한국 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며 "IT업종은 한국이 대만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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