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검찰총장 후보 사퇴 천성관 지검장 어제 퇴임식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3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사퇴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홍진환  기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사퇴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홍진환 기자
8분만에… 비공개로… 그리고 빗속 퇴장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
식장엔 간부 50명만 참석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중도 사퇴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의 퇴임식이 열린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6층 소회의실 앞 복도. 퇴임식이 시작되기 10분 전인 오전 10시 20분부터 검찰 직원 20여 명이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퇴임식장 주변 분위기를 취재하기 위해 미리 와 있던 몇몇 기자들과는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퇴임식은 천 지검장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열린다고 사전 공지가 돼 있었다.

오전 10시 35분 같은 층에 있는 검사장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천 지검장은 소회의실 앞에 서 있던 기자들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미안해요”라고 말한 뒤 곧장 퇴임식장으로 들어갔다. 출입이 통제된 퇴임식장에는 서울중앙지검 1, 2, 3차장과 부장검사 25명, 과장 16명 등 모두 50여 명의 간부들만 참석했다. 불명예 퇴진하는 마당에 부하 검사 및 직원들 앞에 서기가 쉽지는 않았던 탓이었다. 천 지검장은 이후 기자실에 배포한 퇴임사에서 “24년간 몸담았던 정든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 제가 그동안 검사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께서 베풀어 주신 한없는 성원과 사랑 덕분이었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과 검찰 조직에 심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다”라고 언급했다. 천 지검장의 퇴임사는 불과 400여 자로 짤막했다. 여느 검찰 간부들처럼 후배들에게 남기는 당부의 내용도 없었다.

퇴임식은 8분 만에 끝났다. 천 지검장은 간부들과 함께 같은 층에 있는 브리핑룸으로 곧장 이동해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과 평검사,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악수를 한 검사들은 브리핑룸을 빠져나왔고, 악수가 끝나자 복도에 대기 중이던 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이곳으로 들어가 천 지검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대강당에서 모든 검사와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리는 종전의 퇴임식과 달리 소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열린 퇴임식도 이례적이었지만, 기념촬영을 청사 현관 앞이 아닌 실내에서 한 것도 외부 여론을 의식한 것이었다.

오전 11시 천 지검장의 마지막 떠나는 모습을 배웅하기 위해 1층 현관에 부장검사들이 도열했다. 하나같이 입을 굳게 다문 채 침통하고 착잡한 표정들이었다. 2분쯤 뒤 천 지검장이 취재진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는 1층 현관문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대기하고 있던 검찰 간부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뒤따르던 1, 2, 3차장과 악수를 한 천 지검장은 취재진과 간부들을 잠시 둘러본 뒤 “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떠나는 천 지검장과 보내는 검찰 간부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천 지검장을 태운 승용차는 간부들의 박수 소리를 뒤로한 채 빗속으로 사라졌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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