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앞에 끼어든 ‘개헌’ 화두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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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의장 “내년 6월 이전 국민투표 마무리해야”
비정규직법 등 현안 산적… 정치권 “아직은 때가…”

김형오 국회의장은 17일 61주년 제헌절 기념사에서 “개헌의 최적기는 18대 국회 전반기”라며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새로운 헌법안을 마련해서 국회의결과 국민투표까지 마무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도 촉구했다.

현행 헌법은 급변하는 환경과 시대 조류에 대처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는 만큼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 체제’를 창조적으로 극복하고 선진국 진입을 위해 국가 체계를 다시 짤 시점이 됐다는 게 김 의장의 주장이다.

또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는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유력 주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헌 논의가 더 복잡해질 수 있으니 지방선거 이전에 마무리를 짓자는 논리다. 9월 정기국회에서 개헌 특위를 구성해 여야 합의를 이끌어낸 뒤 내년 초 국회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개헌안을 발의하고, 지방선거 이전 국민투표로 통과시키자는 게 김 의장이 생각하는 개헌 스케줄이다.

김 의장의 제안에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의장의 개헌론은 왜 정치권의 공명(共鳴)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일까. 개헌은 흔히 ‘블랙홀’ ‘판도라의 상자’로 비유될 만큼 민감한 이슈다. 개헌 논의가 공론화되면 경제와 북핵 등 다른 중요한 이슈가 매몰될 수 있기 때문에 민생 현안이 산적한 현 시점에선 시의성에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 의장은 ‘선진헌법’ ‘분권헌법’ ‘국민통합헌법’ 등 개헌의 3개 방향을 제시했다. 권력구조 개편만 놓고도 4년 중임 대통령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독일식 내각제 등을 놓고 각 정파나 유력 정치인들의 생각이 제각각이다. 여기에 영토 조항이나 통일 방안 등을 놓고 이념 대립이 분출될 수도 있다.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불과 10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18대 국회가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잘 관리하고 단기간에 최종 합의까지 도출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정치인들 스스로도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비정규직법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무슨 개헌이냐”고 말했다.

개헌론의 향방은 청와대 의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청와대가 뒷받침하지 않는 한 동력을 얻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청와대가 나설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 전 권력구조만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시했을 때처럼 정쟁만 양산할 수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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