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관론자 루비니 교수 ‘닥터 둠’에서 ‘닥터 붐’ 변신?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3분


“경기침체 연말 끝난다” 발언에 뉴욕증시 급등
“경기부양 계속해야” 강조

미국 경제의 대표적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사진)가 제시한 낙관적인 전망에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들썩거렸다. 비관적인 경제전망을 내놔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으며 올해 말까지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미국 경제의 자유낙하 상황은 멈췄고 경기가 여전히 위축되고 있지만, 속도는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노동시장과 주택, 산업생산에서는 상당한 취약성이 남아 있다”며 “경기부양책을 계속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성장을 지원하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약 2000억∼2500억 달러 규모의 2차 부양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것.

이날 루비니 교수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보합세를 유지하던 미국 주식시장은 갑자기 반등세로 돌아섰다.

최근까지도 유가와 금리의 상승이 경기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것이고 증시가 조정을 거칠 것이라던 루비니 교수의 낙관적인 전망에 투자자들의 심리가 호전됐다. 때마침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월 이후 최소 수준을 나타냈고, 미국 주택 건설업체들의 체감경기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결국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1.11% 상승한 8,711.82에 장을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86%, 1.19% 올랐다.

그러나 정작 루비니 교수는 이날 증시 마감 후 성명을 통해 “본인 발언을 언론에서 잘못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자신이 올해 경기침체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는 발언의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일부만 발췌한 것이라면서 자신의 견해는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2007년 12월에 시작된) 현재의 경기침체가 24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회복은 2010년에야 시작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가 연말까지 끝난다는 말과 경기 회복이 2010년에 시작된다는 것은 같은 말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6일 한 프랑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실행되고 있는 경기부양책은 2년간의 효과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라며 “경기부양의 최대 효과는 올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 정부들이 경기회복을 위해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미국이 추가 부양책을 필요로 한다는 견해는 성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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