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비상-적응’ 2단계 리더십으로 위기 넘어라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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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논문 핵심 요약

기존 핵심 역량 보존하면서 차세대 업무방식 개발 독려
직원들 긴장 유발해 변화 이끄는 불안정 수용 전략도 유용

올해 초 미국 보스턴 소재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 세계경제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병원이 올해 2000만 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자 긴급 직원회의가 소집됐다.

폴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인원 감축이 청소원 등 저임금 직원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앞줄에 앉은 간부의 급여와 복지를 줄이는 대신 저임금 근로자의 해고를 최대한 피하자”고 제안했다. 간부진의 집단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회의실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리더가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자 비용 절감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고 13명의 간부는 35만 달러를 모아 10개의 저임금 일자리를 지켰다. 직원 해고도 계획보다 75% 줄일 수 있었다.

조직이 위기를 넘어 미래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리더십의 비결은 무엇일까. 로널드 하이페츠, 알렉산더 그래쇼, 마티 린스키 하버드대 교수 등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2009년 7, 8월호)에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 등의 사례를 통해 적응 리더십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논문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8호(8월 1일자)에 실려 있다.

○ 2단계 리더십으로 위기 대응

위기 리더십(Crisis leadership)은 상황을 안정시키고 시간을 버는 ‘비상단계’와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역량을 구축하는 ‘적응단계’ 등 2단계로 구성된다.

한밤중에 심장발작을 일으킨 환자를 수술대에 올려 구해내는 일이 ‘비상단계’라면 수술 이후 심장발작의 재발을 막고 환자가 불확실한 상황에 적응하도록 돕는 일이 ‘적응단계’의 리더십이다.

위기가 터지면 리더들은 관리강화, 비용절감, 구조조정 등 단기적인 대응 조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고 익숙한 전문지식만 활용하려고 한다. 일부 조직은 리더 한 사람의 힘으로 위기를 넘길 수 없는데도 고위 관리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적응 리더십(adaptive leadership)이 뛰어난 리더들은 위기 상황에서 물러서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나선다.

필자들은 “적응 리더십을 실천하는 리더들은 위기 대응 과정에서 게임의 중요한 법칙을 바꾸고 직원들의 업무를 새로 정의한다”며 “적응 과정은 (차세대 업무방식에 대한) 재발견 과정인 동시에 (기존 핵심 역량의) 보존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조직의 DNA 중 필요한 부분만 적절하게 골라 수정하면 ‘사람과 침팬지의 차이’처럼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 적응 리더십이 생존전략

이 논문은 위기 적응단계에서는 △적응력을 키우고 △불안정을 받아들이고 △조직 내 리더십을 육성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남성 중심의 문화와 기술제품 유통회사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소비자 가전시장에서 구매력이 커지는 여성들을 놓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부터 올해 초까지 부사장, 수석부사장을 지낸 줄리 길버트 씨의 리더십 덕분에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적응력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길버트 전 부사장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체험마케팅을 강화하는 전략을 내놨다. 실제 거실처럼 꾸민 홈시어터 전시관을 매장에 설치해 고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영업사원에게 남성과 함께 방문한 여성 고객 응대 요령을 교육했다. 이 결과 고객은 처음보다 더 고가의 제품을 구매했고 남녀가 함께 물건을 구매하면 남성 혼자 구매했을 때보다 교환이나 환불이 60% 정도 낮았다.

변화에 대한 조직의 적응력도 키웠다. 모든 여성 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남녀 직원이 짝을 지어 참여하는 ‘여성 리더십포럼(WoLF)’도 설립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여성 입사자 지원 증가, 이직률 감소, 수익성 개선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불안정을 수용하는 역량도 필요하다.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는 하버드대 부속병원 두 곳의 합병으로 설립됐다. 성급한 합병으로 이질적인 두 조직문화의 통합이 어려웠다. 재정난으로 영리병원에 인수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2002년 취임한 레비 CEO는 먼저 조직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면 재정적자, 대량 해고, 병원 매각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병원 내의 파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문화적 충돌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도 밝혔다.

그 결과 병원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안정이 조직의 변화 적응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불안정한 상황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추진했다. 리더십을 조직 내에 깊숙이 뿌리 내리는 협력과 분산의 리더십도 필요했다. 경영진이 모든 변화를 감지하고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계질서와 공식적인 권위를 없애고 리더십의 책임을 분산해 직원들의 집단 지성을 끌어낼 필요가 있었다.

○ “스스로를 먼저 관리하라”

필자들은 조직 내·외부에서 나타나는 ‘적응반응’은 물론이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관리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자기 자신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긍정적인 동시에 현실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극단으로 쏠리지 않는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활동, 장소 등의 안식처를 확보해 두는 것도 좋다. 업무에 관한 얘기 등을 들어줄 ‘믿을 만한 사람’도 필요하다. 다만 조직 내부보다 외부 사람이면 더 좋다.

감정을 적절하게 드러내는 일은 변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직장 내에서 감정을 더 많이 표출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역할에 매몰돼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하나의 관점으로 인생을 정의하면 환경 변화에 취약해지고 성공을 위한 다른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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