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골프]“잘나가는 골퍼, 얼굴 두껍죠”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3분


골프 대표팀 한연희 감독(왼쪽)은 스타 제조기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지은희를 비롯해 신지애, 유소연 등이 그에게 골프를 배웠다. 한 감독과 선수들이 2007년 10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골프 팀선수권 대회 개막 전야제에서 우승컵을 앞에 두고 기념 촬영했다. 사진 제공 대한골프협회
골프 대표팀 한연희 감독(왼쪽)은 스타 제조기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지은희를 비롯해 신지애, 유소연 등이 그에게 골프를 배웠다. 한 감독과 선수들이 2007년 10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골프 팀선수권 대회 개막 전야제에서 우승컵을 앞에 두고 기념 촬영했다. 사진 제공 대한골프협회
한연희 골프 대표팀 감독
성공 요인으로 담력-배짱 꼽아
지은희-신지애 등 키워내

“제가 뭐 한 일이 있나요. (지)은희 아버님이 뒷바라지 잘하시고 본인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입니다.”

골프 대표팀 한연희 감독(49)은 최근 지은희(23·휠라코리아)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이들의 인연은 11년 전인 1998년 시작됐다. 당시 한 감독은 고향 강원 춘천에서 PGA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며 주니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수상스키 감독인 지은희의 아버지 지영기 씨(54)가 딸을 데리고 와 자문을 했다. “우리 딸 골프 시켜보려고 하는데 어떨까요.” 지은희가 공을 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한 감독은 “잘할 것 같다”며 권유한 뒤 2년 가까이 지도했다. 어린 나이에 야무진 구석이 있었고 수상스키로 상체와 하체 근육이 잘 발달돼 있어 눈에 띄었다는 게 한 감독의 회상이었다.

선수 보는 눈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듣는 한 감독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골프 지도자로 유명하다. 그는 한때 프로골퍼로 대성할 꿈을 품었다. 1988년 프로테스트에 합격해 투어 선수가 됐다. 당시 동기가 최광수, 신용진 등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운동으로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이렇다 할 성적 없이 아쉽게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 1994년부터 유망주를 발굴해 가르치는 일에 매달렸다. 2003년부터는 대표팀 감독으로 장수하고 있다. 김대섭, 김경태, 강성훈, 김도훈, 신지애, 유소연, 최혜용 등은 그가 이끌던 대표팀을 통해 성장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때는 금메달 4개를 싹쓸이했다. 대한골프협회 강형모 강화위원장은 “한 감독은 선수 특성에 따른 철저한 관리로 그들의 능력을 100% 이상 끌어올리는 재능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한 감독은 인성과 함께 선수들의 성격과 체형 등에 따른 맞춤형 지도를 강조한다. “너무 일찍 꽃을 피우면 자만하기 쉽고 슬럼프를 극복하기도 힘들어집니다. 서서히 스스로 터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롱런합니다.”

오랜 지도 경력을 통해 성공하는 선수의 공통적인 특징도 발견했다. “골프도 기록경기인 만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담력과 배짱을 타고나야 해요. 얼굴이 두꺼운 선수들이 성공하던데요.”

학부모들의 뜨거운 골프 열기에 대해 그는 “그린피가 비싸고 날씨도 나쁜 한국에서 좋은 선수가 쏟아진 것은 부모님의 열정 덕분이다. 다만 어른들의 잣대에 따라 성급하게 결과를 기대하다 보면 아이를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감독은 연간 150일에 이르는 대표팀 합숙 훈련과 대회 출전 등으로 1년에 집에서 잠을 자는 날은 100일도 채 안 된다. “아들이 고교 골프선수인데 다른 선수들 봐주느라 정작 우리 아이는 봐줄 시간이 없네요. 허허∼.”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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