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7대 강국은커녕 G14도 어렵나

  • 입력 2009년 7월 17일 20시 03분


세계를 이끄는 강대국들의 모임인 G8(선진7개국+러시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주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G8 정상회의가 계기가 됐다. 프랑스와 손잡고 G8 확대 요구를 하고 있는 세우수 아모링 브라질 외교장관은 “G8은 이미 사망했다”고까지 말했다.

G14 턱걸이와 탈락의 경계선상

라퀼라 G8 정상회의에는 무려 27개국의 정상이 참석했다. 워낙 참석자가 많아 G8, G8+5, G8+6 등 각종 형식의 모임이 어지럽게 이어졌지만 이번에도 결론은 “논의만 무성했다”였다.

G8 확대 주장은 글로벌 경제위기, 지구온난화 등 세계적 이슈를 몇몇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힘을 얻고 있다. 능력을 갖춘 후발 강국들을 끌어들여 문제해결을 위한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라퀼라에서 G8을 포함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80%를 차지하는 16개 주요경제국이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관한 포럼(MEF)을 연 것이 좋은 사례다.

G8 개편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지도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다. 그는 10일 프랑스 언론과의 회견에서 “브라질 대통령과 함께 다른 G8 정상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G8을 G14로 발전시키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가 G8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2011년을 G14 출범 시기로 제시했다. 프랑스와 브라질이 추가하려는 나라는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공 이집트 6개국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중국 인도 브라질을 거론하며 G8 확대를 지지했다.

G8 확대 움직임은 우리에게 남의 일이 아니다. 확대 대상에 포함될 수도, 탈락할 수도 있는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라디오 연설에서 “G8 확대정상회의와 G20(주요 20개국)은 안정된 체제가 아니다. 현재 여러 형식이 논의되고 있어 우리가 역할 하기에 따라서 당당히 참여할 수도 있고, 탈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확대되는 G8에 동참할 수 있는 주된 기준은 경제력으로 나타나는 국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9291억 달러로 세계 15위였다. 2002년과 2003년 11위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해마다 후발 신흥국에 추월당해 4단계 후퇴했다. G8의 확대 대상국으로 꼽힌 중국(3위) 브라질(8위) 인도(12위) 멕시코(13위)는 모두 우리보다 GDP가 많다. 사르코지는 지역 안배도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아시아(중국 인도), 중남미(브라질 멕시코), 아프리카(이집트 남아공)로 후보국을 골고루 배분했다. 지역 안배에서도 우리는 중국과 인도에 밀린다.

佛대통령 설득에 능력 보여야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이르다.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G8 확대정상회의에 참석했다. G8도 한국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세계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G20의 내년도 의장국으로서 G8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도 확보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의 GDP 순위가 2011∼2014년에 14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빠른 경제회복에 성공한다면 경제력에서도 밀리지 않게 된다. 정부는 무엇보다 먼저 사르코지 대통령 설득에 나서 한국을 후보국에 포함시키도록 외교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을 목표로 한 ‘747 공약’을 내걸었다. 7대 강국 달성은 어렵다 해도 2년 앞으로 다가온 G14 경쟁에서만은 이겨야 국민 앞에 면목이 설 것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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