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덕 출연연 비정규직 내년6월까지 1668명 해고예상

  • 입력 2009년 7월 17일 07시 08분


정규직 전환 극히 미미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한 연구원에서 근무했던 A 씨(29·여)는 텝스 성적이 890점이다. 외국인이 연구원을 방문하면 가끔 통역도 맡는다. 일을 야무지게 처리해 직원들로부터 인기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말 연구원을 떠나야 했다. 2년 계약기간이 끝난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그는 애착을 가졌던 연구원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고 있다. 그 자리에는 또 다른 비정규직 직원이 채용돼 새롭게 일을 배우고 있다.

또 다른 연구원 B 씨는 박사학위 소지자다. 그는 이달 말 그만둬야 한다. 그동안 다른 박사급 연구인력과 대형 프로젝트를 담당해 왔지만 연구원 측에서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고 알려왔다. B 씨는 “직장을 잃는 것보다 맡고 있던 프로젝트를 그만둬야 한다는 게 더욱 아쉽다”고 말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4600여 명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 예정인 인원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공공연구노조는 최근 출연연들이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26개 출연연에 소속된 비정규직 4665명 가운데 265명이 지난달 30일 계약기간(2년) 만료로 해고됐다. 또 이달 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90명을 비롯해 내년 6월까지 모두 1668명이 해고된다.

노조는 출연연의 비정규직 비율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평균 비율(12.7%)의 3배가 넘는 46%에 이르며 일부 출연연은 총원의 6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비정규직을 해고한 출연연들에 대해서는 해고 과정에 불법이 없었는지 살펴보고 노동부에 특별 감독을 요청할 예정”이라며 “출연연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즉각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신분보장이 제대로 돼야 연구 성과도 높일 수 있다”며 “계약기간 2년 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비정규직법의 취지가 출연연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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