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계성-김천고 “자율고 통해 옛명성 회복”

  • 입력 2009년 7월 17일 07시 08분


계성, 전교생 기숙사-외국 명문대 진학 프로그램 등 마련
김천, 전교생 80% 장학금 혜택-생태공원 조성 계획 밝혀

“계성고 100여 년 역사를 빛내는 명문고로 재도약하겠다.”

“김천고의 저력을 일으켜 세우는 계기로 만들겠다.”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이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로 지정한 대구 계성고와 경북 김천고 측은 16일 이렇게 밝혔다. 두 학교는 자율고 지정 발표와 함께 11월로 예정된 학생 모집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최근 들어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들 학교는 자율고를 통해 명성을 회복할 방침이다.

1906년 개교한 계성고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4만여 명의 졸업생에다 일제강점기에는 대구 지역 독립운동에도 구심점 역할을 해 자부심이 매우 강한 편이다. 대구 지역 사립 명문인 계성고는 1990년대 이후 수성구의 고교들이 약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침체됐다. 자율고는 계성고가 수년 전부터 준비해 온 새로운 학교 모델. 학교 측과 70여 명의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얻으려면 기존 방식과는 다른 모델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교직원들은 올해 초에 벌써 자율고 전환을 위한 다짐대회를 열었다. 계성고를 가리켜 ‘준비된 자율고’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3월 첫 신입생 350명을 비롯해 전교생 1200여 명을 위해 2011년까지 현재 대구 중구 대신동에 있는 학교를 서구 중리동으로 옮길 예정이다. 전교생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를 신축해 학교 안에서 모든 공부를 최고 수준으로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인표 교장(59)은 “대구 첫 자율고여서 좋은 모델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며 “학생들이 외국의 유명 대학으로 바로 진학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고는 1931년 개교와 함께 전국에서 우수 학생들이 찾아오는 명성을 오랫동안 누렸지만 2000년대 들어 대학 진학에서 계속 뒤처져 위기감이 높았다. 학교 안팎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동창회를 중심으로 김천고의 명성을 회복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지난해 8월 교정에 개관한 ‘송설역사관’은 그 신호탄. 김천 출신으로 영친왕(고종의 아들)의 보모였던 최송설당(1855∼1939)이 모든 재산을 기부해 설립한 김천고를 명문교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모아진 것이다.

김천고 재단의 자산은 210억 원으로 연간 10억 원의 순수익을 낼 수 있다. 김천고는 이 재원으로 전교생의 80%가 연간 1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100억 원을 투자해 잔디 운동장을 꾸미고 36만 m²인 넓은 교정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전국 최고 수준의 쾌적한 분위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성공적인 자율고를 위한 단합 차원에서 교직원 40여 명과 16일 봉화 청량산에서 연수를 한 박종근 교장(59)은 “경북 전체에서 온 가장 우수한 학생들로 첫 신입생 280명이 채워지도록 모든 노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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