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맛!]혀 끝에서 살살 녹는 고단백…장어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장어는 힘이 세다. 장어를 먹은 사람도 힘이 세다. 고단백식품이다. 한국인들은 장어를 좋아한다. 일본인들도 그렇다. 장어는 한국과 일본에서 복달임으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오죽하면 뱀장어의 영어이름이 ‘저패니즈 일(japanese eel)’일까.

장어에는 민물장어(우나기)와 바다에서 잡히는 먹장어(곰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누타우나기)가 있다. 한국인들은 민물장어나 곰장어 갯장어는 주로 구워먹고, 붕장어는 회로 즐겨 먹는다. 일본인들은 민물장어든 붕장어든 거의 구워 먹는다. 붕장어의 뼈 때문에 회로 먹는 걸 꺼린다. 갯장어도 역시 뼈가 억세어서 그런지 잘 안 먹는다. 일본인들은 참치처럼 부드러운 회를 좋아한다.

곰장어는 얕은 바다에서 산다. 길이가 50∼60cm 정도로 장어 중에서 가장 작다. 거의 양념구이 안주로 먹는다. 턱이 없고 입이 빨판 모양이다. 짚불이나 연탄불로 구워 먹어야 제맛이 난다. 서울한복판에 광화문연탄집(02-720-0812) 같은 곰장어전문점도 있다.

붕장어는 약간 깊고 따뜻한 바다에서 산다. 1m 정도로 크고 굵다. ‘바다의 갱’으로 불릴 정도로 거칠다. 낮에는 모래에 파묻혀 있다가 밤에 활동한다. 붕장어 회는 얼음에 차지게 해서 먹어야 맛있다.

갯장어 중에 일본인들이 하모라고 부르는 참장어가 있다. 자산어보에 ‘개의 이빨을 가진 뱀장어’라고 부르는 것이다. 길이도 2m에 가깝다. 주로 남도에서 회로 즐겨 먹는다. 여수 앞바다에서 잘 잡히는데 요즘이 제철이다. 서울에서도 당일 배달을 통해 회를 맛볼 수 있다. 여수경도회관(061-666-0044) 여수백두산산장어전문점(061-641-0080)이 있다. 참장어는 뭐든 보기만 하면 물어뜯는다. 포악하다. 뱀처럼 생긴 몸에 삼각형 입속의 이빨이 억세다. 송곳니도 뾰족하고 길다.

장어의 황제는 누가 뭐라 해도 민물장어 즉 뱀장어다. 길이는 약 70cm. 뱀장어 중에서도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에서 잡힌 것을 으뜸으로 친다. 풍천장어가 바로 그것이다.

풍천은 특정 지방의 지명이 아니다. 물이 풍부한 곳을 뜻하는 풍천(豊川), 혹은 바닷물과 바람을 몰고 오는 풍천(風川)을 말한다. 한마디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는 어디나 풍천인 것이다. 그곳엔 먹이가 풍부하고, 뱀장어가 살 수 있는 갯벌이 차지다.

전북 고창 선운사 입구의 인천강 같은 곳이 바로 풍천이다. 부근에 신덕식당(063-562-1533)과 연기식당(063-561-3815)이 장어구이집으로 이름났다. 진주남강의 유정장어(055-746-9235)집도 발길이 붐빈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는 김포강화(강화대교 아래쪽)의 별미정숯불장어(032-932-1371)집도 있다.

요즘 자연산 풍천민물장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 대부분 양식 민물장어이거나 수입산(거의 중국산)이다. 자연산 민물장어는 잘 잡히지도 않을뿐더러 상당히 비싸다. 민물장어는 민물에서 5∼12년 살다가 때가 되면 멀리 필리핀 앞바다 수심 2000∼3000m 깊은 곳에 알을 낳고 죽는다. 알은 실뱀장어가 되어 부모가 원래 살던 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민물장어 양식은 강을 거슬러 오르는 실뱀장어를 잡아 갯벌에서 3∼5개월 키운 것이다. 길어야 5개월 자란 양식 장어와 길게는 10여 년 갯벌의 온갖 영양분을 먹고 자란 자연산 장어와는 맛과 값에서 비교할 수 없다. 한마디로 강하구에 내로라하는 장어전문집이 많지만, 자연산이 아니라면 굳이 그곳까지 갈 이유가 없다. 요리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

장어요리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장어양념구이, 장어소금구이, 장어마늘구이, 장어구이덮밥, 장어탕, 장어볶음, 장어깐풍기, 장어호박잎쌈…. 어떤 요리든 장어의 비린내와 느끼함이 없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마늘 계피 생강 고추장을 쓰는 이유다. 노릇노릇한 장어구이를 먹을 때 반드시 생강채를 곁들이는 것도 그렇다. 생강채는 장어의 소화를 도와주기도 한다.

요즘 서울장어 전문집에선 장어를 구울 때 초벌구이를 하는 집이 많다. 양념하지 않은 상태에서 숯불에 살짝 한번 구운 다음, 양념을 발라 다시 한 번 굽는다. 이렇게 하면 장어가 훨씬 부드럽고 맛있다. 일본에서는 한 번 찐 다음에 양념 발라 굽는 곳이 많다.

장어의 지방은 성인병을 막아주는 좋은 지방이다. 돼지삼겹살의 지방과 다르다. 장어는 그런 지방을 명태의 15배나 갖고 있다. 명태 100g을 먹으면 98Cal의 에너지가 나오지만, 장어 100g을 먹으면 223Cal의 힘이 솟는다. 1960∼70년대 결핵에 걸렸을 때 장어요리는 필수식품이었다.

장어에는 비타민A가 듬뿍 들어 있다. 밤눈 어두운 사람에게 특효다. 요즘엔 훤한 대낮에 멀쩡한 눈을 가진 사람조차 ‘길눈 어두운 사람’이 많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헤매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모두 장어를 먹고 ‘마음의 눈’까지 환해졌으면 좋겠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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