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보성여관, 소설 밖으로 나온다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했던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옛 보성여관. 1935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목제 비늘판벽, 쌍여닫이문으로 된 주 출입문, 다양한 모양의 유리창 등 근대 여관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사진 제공 문화유산국민신탁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했던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옛 보성여관. 1935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목제 비늘판벽, 쌍여닫이문으로 된 주 출입문, 다양한 모양의 유리창 등 근대 여관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사진 제공 문화유산국민신탁
‘태백산맥’ 속 토벌대 숙소
옛 모습 복원 뒤 일반에 개방
문화-창작시설로 활용 계획

‘지금이 어느 때라고, 반란세력을 진압하고 민심을 수습해야 할 임무를 띤 토벌대가 여관잠을 자고 여관밥을 먹어?’(‘태백산맥’ 3권)

조정래 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남도여관. 소설 속에서 경찰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이 여관이 원래 모습으로 복원돼 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이 여관의 실제 이름은 보성여관이다.

문화재보존 시민단체인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유영구)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 옛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의 복원과 활용 방안을 최근 마무리 짓고 8월 말 본격 작업에 들어간다. 2007년 출범한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처음 실행에 옮긴 프로젝트다. 내년 7월경 복원 및 리모델링을 마치면 갤러리, 창작공간, 체험공간, 카페, 숙박시설 등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재단장된다. 특히 벌교읍의 태백산맥문학관과 함께 남도의 대표적인 문화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된다.

벌교 지역이 번창하던 1935년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옛 보성여관은 근대기 여관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문화재이다. 대지 529m²에 2층짜리 일본식 건축물인 이 여관은 건물 외벽은 목제 비늘판벽으로, 지붕은 일본식 기와로 마감되어 있다. 일본식 건축이긴 하지만 쌍여닫이문으로 된 여관 주 출입문, 다양한 모양의 유리창, 큼직한 굴뚝 등이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축 이후 6차례 수리를 통해 1층 일부가 변형되었지만 2층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2층에는 큰 방이 있어 연회 등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 광복 이후에도 보성여관으로 운영되었으나 1988년 여관 영업을 중단하고 가게 점포로 사용해왔다. 지난해 6월 문화재청이 이 여관을 4억6000만 원에 매입했고 현재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위탁 관리하고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변형된 1층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 뒤 갤러리와 카페로 활용하고 2층은 공공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 여관이 ‘태백산맥’의 무대로 등장한 점을 고려해 문학과 전통미술 분야 작가들을 위한 창작공간과 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리모델링 현장도 개방된다. 일부 공간은 관람객들의 숙박시설로 사용할 예정이다.

공사비 20여억 원 가운데 8억 원은 보성군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민신탁이 모금을 통해 충당하기로 했다. 국민신탁의 오민근 사무국장은 “공사가 진행되는 1년 동안 ‘태백산맥’의 독자들, 근대 건축물과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관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리모델링 폐자재를 이용한 미술품을 만들어 전시 판매해 기금에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또 경북 울릉군의 2층짜리 ‘이영관 가옥’(1910년 건축)을 역사 문화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올해 말 복원 및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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