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형사사건 재심 수용 요건 완화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새 증거만으로 판단 안해”

대법원이 형사사건의 재심(再審) 수용 요건을 확대하는 쪽으로 기존의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16일 성폭행 혐의로 징역 10년이 확정된 안모 씨가 낸 재심청구 재항고 사건에서 “새로 드러난 사실이 무죄의 명백한 증거인지는 새 증거만을 독립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원래 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 중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 또는 모순되는 것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새로운 증거가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인 경우에만 재심 청구를 수용해온 기존 판례와 달리 재심 수용 사유를 더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안 씨의 재심 청구에 대해선 “안 씨가 새로운 증거로 제시한 내용은 재심 대상이 된 판결을 뒤집을 정도의 가치를 지니지 못했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번 판례 변경으로 ‘새로운 증거’를 평가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앞으로 재심 청구 사건에서의 판단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안 씨는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2002년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안 씨는 이후 ‘사건 직후 피해자의 몸에서 나온 체액에서 정자가 발견되지 않아 범인이 무정자증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수사기록을 토대로 자신이 무정자증이 아니라는 사실이 판결 확정 후 밝혀졌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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