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스터디 압수수색… 학원가 떤다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경찰 “학력평가 문제지 사전 입수한 혐의”

“他대형학원 수사확대”… 사교육시장 긴장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문제 유출 사건 수사의 불똥이 국내 사교육 1위 업체인 메가스터디로 튀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6일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지를 사전에 입수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메가스터디 본사와 강남지점, 서초지점 학원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서울 시내 다른 대형 학원들도 시험 전날 시험지를 입수해 문제풀이 동영상을 제작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메가스터디가 시험문제를 사전에 확보해 문제풀이 동영상을 미리 제작했다는 진술을 동영상 제작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에게서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50분까지 압수수색을 해 문제풀이 동영상을 제작하고 관리하는 부서의 컴퓨터 본체 5대와 동영상 CD 300장, 학력평가 문제지 등 박스 4개 분량의 압수품을 입수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또 관련 부서의 실무자 8명을 임의 동행 형식으로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메가스터디가 2006년과 2007년 4차례에 걸쳐 시험 전날 문제지를 입수해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진술을 이 회사 관계자들에게서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 문제가 학원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시험문제가 어떻게 메가스터디로 흘러들어 갔는지를 규명하는 게 수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메가스터디 홍석범 부사장은 “학생들에게 최대한 빨리 문제풀이 동영상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학력평가 당일 시험문제를 입수해 동영상을 제작했을 뿐”이라며 “수강생들에게 문제지를 미리 유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메가스터디 측은 문제지 입수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한 온라인 교육업체 관계자는 “대개 교육청에서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문제지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제공된 문제풀이 동영상 서비스는 평가일 기준 일주일 동안 평균 4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사교육 1위 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사교육 시장은 학원가를 ‘손보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대형 학원 관계자는 “정부가 사교육 경감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교육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강의업체 관계자는 “여름방학은 사교육 업계 최고 성수기인데 오히려 시장이 꽁꽁 얼어붙게 생겼다”며 걱정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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