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미 원자력협정으로 ‘권리’ 포기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막대한 비용 들고 기술도 떨어져

■ 日도 하는 ‘재처리’ 한국은 왜 못하나

사용 후 핵연료 문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는 제한돼 있는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도 자연스럽게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물리적, 화학적 방법을 이용해 사용 후 핵연료에서 핵분열성 물질(핵분열을 일으키는 물질)과 핵분열 생성물(핵분열로 생겨난 물질)을 분리해내는 과정이다.

사용 후 핵연료를 언제까지나 저장해둘 수만은 없으므로 일부를 원자력 원료로 재활용하는 재처리가 필요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주장이다. 그러나 상업용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프랑스, 인도, 러시아, 영국, 일본 등 몇 개국에 불과하다. 군용 재처리 시설은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핵무기 공식 보유국 5개국이 가동 중이다. 국제사회는 경수형 원자로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 물질의 0.9%가량이 핵무기로 사용되는 플루토늄으로 변하기 때문에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국가를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전방위적인 외교력으로 재처리 허용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일본은 1970년대 초반 ‘미일 원자력협정’을 일부 바꿔 해외에 위탁해 재처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들어 프랑스와 약 3000t의 재처리 협약을 맺었다. 1970년대 후반에는 연간 재처리용량 90t가량의 일본 도카이(東海) 촌 재처리 시설 가동을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1988년에는 협정을 개정해 연간 재처리용량 800t 규모의 롯카쇼(六ヶ所) 촌 재처리 시설을 가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반면 한국에서 재처리는 엄격하게 막혀 있다. 1974년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재처리 권리를 상당 부분 포기했고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통해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재처리 등 평화 목적의 핵개발까지 포기하겠다’고 명시해 버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일각에서는 한국도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재처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핵 개발과 핵 보유를 선언한 데다 2014년이면 한미 원자력협정이 완료되기 때문. 이르면 11월부터 한미 원자력협정이 다시 논의되는 만큼 정부도 국제사회에 한국의 재처리 필요성을 알린다는 방침이다.

재처리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 외에 재처리 기술과 막대한 비용도 문제다. 일본의 경우 재처리 시설 1기 건설에 360억 달러가 들었다.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현실적으로 순수한 플루토늄을 발생시키지 않는 ‘건식 재처리’ 기법도 개발하려면 아직 까마득하다”며 “재처리를 위해 또 다른 시설을 지어야 하는 만큼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알려왔습니다

◇17일자 A3면 ‘日도 하는 '재처리’ 한국은 왜 못하나' 기사와 관련해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건식 재처리'는 '건식 재활용'으로 표현하는 게 정확하며 건식 재활용 상용화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국은 미국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기술을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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