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세대 ‘사용후 핵연료’ 現세대가 해결” 사회적 합의 주력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 정부 공론화 절차 돌입 배경과 외국의 성공사례

《2003년 7월 당시 김종규 전북 부안군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을 부안 위도에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여론 수렴 없는 일방적 결정에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가 대립하며 엄청난 갈등을 빚었다. 2004년 2월 주민투표로 결국 방폐장 건립은 무산됐으며 후유증은 6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반면 2005년 주민투표를 먼저 실시해 결정된 경북 경주시의 방폐장 건설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정부가 ‘사용 후 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해 신중한 공론화의 과정을 거치려는 것은 제2의 부안사태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를 위한 권고보고서’는 해외 사례도 폭넓게 조사했다. 》

‘임시저장’ 2016년 포화… 원전운영 차질 우려

논란 최소화 위해 시민배심원단 등 구성키로

○ 해외 사례-발생자 부담의 원칙이 전제

권고보고서는 외국의 사용 후 핵연료 관리에 대한 공론화 성공 사례로 영국과 캐나다 등을 꼽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 국가들이 성공적인 공론화를 이룬 전제조건은 “현(現) 세대에서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는 현 세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발생자 부담원칙’에 대한 국민적 합의였다. 보고서는 “현 세대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논의 자체가 언제든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은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 주도로 2년 7개월 동안 일반 시민과 이해 관계자 약 5000명이 참여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여기에는 약 13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캐나다는 원자력공사가 사용 후 핵연료 최종 관리방안으로 ‘심지층 처분’을 제시했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반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3년간의 공론화를 통해 재검토한 후 최종 관리방안을 다시 도출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정부의 공론화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올 법하다. 프랑스는 무려 15년 동안의 연구 결과를 검토해 방사성폐기물 관리방안을 정했으며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등에 대해서는 향후 10여 년간 더 두고 보면서 조치를 할 계획이다.

○ 19가지 방법 중 한 가지 선택

공론화위원회는 우선 19가지에 이르는 사용 후 핵연료 관리방안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예정이다. 19가지 관리방법은 △심지층 처분(깊은 땅속에 묻기) △빙하 속 처분 △우주 처분 또는 태양으로 수송 등의 최종 처리 방법과 △발전소 내 중간저장 △발전소 외 중간저장 등 중간저장 방법으로 나뉜다.

방사성폐기물학회가 원자력업계 종사자 90명을 대상으로 실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몇 개 원전별 독립 중간저장(20.6%), 발전소 외 중간저장(18.9%), 발전소 내 중간저장(18.0%) 등이 많은 표를 얻었다. 하지만 몇 개 원전별 독립 중간저장은 발전소 외 저장과 큰 차이가 없어 여러 제약 요인과 실현성을 감안했을 때 발전소 외 저장과 발전소 내 저장, 해외 위탁 재처리가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보인다.

발전소 안에 중간저장을 하려면 한곳에 집중 저장을 할 경우 용지 확보가 어려운 데다 대상 원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분산 저장은 비용은 줄일 수 있으나 원전이 있는 4곳의 지역 모두가 찬성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발전소 밖에 중간저장을 하게 되면 관리 효율이 높아지지만 새로이 용지를 확보하고 사용 후 핵연료를 멀리까지 운송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방법은 영국과 일본, 프랑스, 러시아, 독일, 미국 등 많은 나라가 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보고서는 원전 바깥에 4만2000t 규모의 저장시설을 지을 경우 약 50만 m²(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분의 1)에 이르는 대규모 용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약 2만 t 규모의 저장시설을 지을 경우 3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 건설에는 4, 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간저장은 최종 관리방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데 불과하다. 방사성폐기물은 언젠가는 인간으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처리나 최종 관리방안은 현재로서는 정치적, 기술적 불확실성이 커 결정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이번에 중간저장 방법을 정한 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거나 최종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또 다른 공론화 작업을 통해 정할 방침이다.



::방사성폐기물::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 원자력 시설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 등은 보통 고준위 폐기물로, 원전에서 사용하던 작업복 장갑 헝겊 종이 등은 중·저준위 폐기물로 분류된다.

::사용 후 핵연료::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된 뒤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방사능과 열 발산 정도가 높은 만큼 사람에게 직접 노출되면 치명적이므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임시저장::

사용 후 핵연료가 원전에서 나온 뒤 방사성폐기물 관리업자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발전소 내부에 저장하는 것.

::중간저장::

방사성폐기물 관리자가 발전소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받아 재처리하거나 영구적으로 처분하기 전까지 일정 기간(통상 30∼60년) 저장하는 것.

::습식저장::

물을 이용해 사용 후 핵연료를 냉각하고 방사선을 차단시키는 방식. 세계적으로 90% 이상의 사용 후 핵연료가 이 방식으로 저장 및 관리되고 있다.

::건식저장::

냉각재로는 기체를, 방사선 차단에는 콘크리트나 금속을 이용하는 방식. 운영 비용이 적고 용량 확장과 장기 관리 면에서 유리하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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