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핵협상 시한은 9월”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수용 않으면 새 제재” 경고
이란 “협상안 준비” 시간벌기

미국이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는 이란에 9월까지 ‘핵 관련 협상’의 입장을 밝히라는 데드라인을 제시하는 한편 새로운 제재 가능성도 꺼내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혈사태 등 이란 내부사정이 불안정하지만 미국은 핵프로그램 관련 협상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이란을 내버려두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 “추가 조치 불가피” 목청 높이는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15일 미국외교협회에서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직접 대화 제안을 수용할 시간이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기회는 무한정 열려 있는 게 아니다”라고 이란 측에 강력히 요구했다. 이어 “미국의 대화 제의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제재와 국제적 고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란은 9월까지 핵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그러지 않을 경우 다른 나라들과 함께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전문가들은 9월까지 이란이 협상 의지를 굳히지 못할 경우 미국이 △추가 금융제재 △무역거래 제한 △이란 지도부 주요 인사에 대한 여행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AP통신은 현재로서는 군사적 수단보다는 유엔 차원의 제재나 미국의 일방적 제재가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FP통신은 클린턴 장관의 15일 연설메시지에 대해 “이란 유혈사태 이후에도 미국이 여전히 이란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부정선거 논란이 복병

이란이 ‘평화적 핵 이용’ 명분을 내세워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미국과 유럽은 당초 6·12 대선이 끝나면 이란 지도부가 협상 제안에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불거진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란 국민은 물론 지도부까지 분열되면서 이란 핵 문제 해결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중동문제 전문가인 존 올터먼 씨는 “이란 지도부가 분열돼 있어 서방의 대화 제안에 합의를 이루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대다수 국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기까지 앞으로 1∼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은 15일 연방정보국(BND)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원할 경우 6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어 지하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기술을 확보했으며 무기급 우라늄을 만들 수 있는 원심분리기를 갖고 있어 기간이 크게 단축됐다는 것. 이란 정부는 “정치 안보 국제 분야를 포함하는 포괄적 협상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며 시간벌기를 시도하고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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