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들던 승객 22% 늘고 교통사고는 절반으로 줄어
준공영제 유지비용 난제… 올해만 2100억 지원 필요
서울시가 버스 체계를 개편한 지 이달로 5주년을 맞았다. 서울시는 2004년 7월 시민 편의는 무시한 채 수익만을 좇아 노선을 없애는가 하면 난폭 운전으로 악명 높았던 시내버스 체제를 뜯어고쳤다. 준공영제를 도입해 공공성을 높였고, 중앙버스전용차로제와 환승 할인제도도 도입했다. 일부 문제점은 있지만 버스 이용객은 늘고 운행 속도는 올라가는 등 긍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 하루 평균 467만여 명 이용
동아일보가 16일 단독 입수한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 성과 및 주요 현황’에 따르면 개편 전까지 매년 평균 5.4%씩 줄던 버스 승객은 지난해 하반기 하루 평균 467만3000명으로 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객 456만1000명을 넘어섰다. 개편 전인 2004년 상반기(382만7000명)보다는 22% 늘었다.
이용객이 늘어난 첫 번째 이유는 버스가 빨라졌기 때문.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서울 시내 곳곳에 10개축에 걸쳐 82.3km로 늘어나면서 평균 속도가 향상됐다. 평균 시속이 11km에 불과했던 도봉·미아로는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한 이후 22km로 올랐다. 이제 승용차(평균 시속 21.6km)보다도 빨리 달린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서 버스 노선을 공동관리하게 돼 노선이 기존 368개에서 462개로 늘어나는 등 수요에 대응한 노선 편성이 가능해진 것도 이용객 증가의 한 원인이다. 2004년 상반기까지 매달 663건씩 발생하던 버스 관련 교통사고도 올해 상반기 316건으로 크게 줄었다.
○ 초과 비용 지원 해마다 늘어
○ 노선 따라 새로운 문화
버스체계 개편은 갖가지 이색 노선도 탄생시켰다. 472번 버스는 ‘오렌지 버스’로 불린다. 지하철 2호선 선릉역과 압구정동을 거쳐 이화여대와 신촌으로 향하는 이 버스에는 젊은 멋쟁이들, 이른바 ‘오렌지족’이 많이 탄다. 과거엔 요금이 비싼 좌석버스였지만 간선버스로 바뀌면서 ‘가난한 청춘’들도 부담 없이 탄다.
‘새벽 서민 버스’도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관악구 신림동을 출발해 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운행 중인 8541번이다. 오전 4시 반부터 5시까지 딱 3대만 투입되는 이 버스의 승객은 주로 강남역 일대 빌딩에서 일하는 40, 50대 관리인이나 미화원 등이다. 도심이 미처 깨기도 전부터 땀을 흘리는 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다.
정릉을 출발해 한남동과 공덕역을 지나 정릉으로 다시 돌아오는 110번 노선은 ‘2호선 버스’로 불린다. 지하철 2호선처럼 일정 노선을 계속 순환하기 때문. 고려대 연세대 한국외국어대 등 웬만한 대학교는 다 거치는 273번은 이른바 ‘스쿨버스’로 통한다.
‘중견 노선’ 못지않은 ‘새내기 노선’도 있다. 도봉구 강북구와 강동구 지역을 잇는 130번 버스가 대표적이다. 준공영제 실시 전에는 도심을 거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스 회사들이 외면했던 노선이었지만 현재는 하루 평균 3만9456명을 실어 나른다. 전체 시내버스 가운데 7번째로 많은 승객 수송 능력이다.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광역도시교통연구실장은 “시민들이 싸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 서울 버스 준공영제는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등 전체적으로 성공작”이라며 “다만 재정부담이 커지는 등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은택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학과 4학년
임동현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