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자 先導’ 삼성 LG가 보여준 희망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5분


한국 전자업계가 올해 상반기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TV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개별 기업 기준으로는 이미 소니, 파나소닉, 샤프, 히타치 등 일본 기업을 제쳤으나 올해 들어 국가별 점유율에서도 앞선 것으로 추정됐다. 고급 TV의 대명사로 일본 제품이 꼽혔던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우리 기업들은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가 이끄는 한국 LCD업계는 올해 1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 52.2%로 2위인 대만(38.3%)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1위로 올라섰다. 일본 중국 등 나머지 나라를 모두 합쳐도 9.5%에 그쳤다. 메모리반도체 조선 화학 자동차 등 다른 주요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선전(善戰)이 두드러진다.

국내 기업들의 활약은 전체 국민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인 216억 달러 흑자였다. 6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한 달 전보다 49억6000만 달러 늘어난 2317억3000만 달러로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주가 상승과 대기업 고용 안정도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원화가치 약세가 적잖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약진을 설명할 수는 없다.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부터 현장 근로자까지 힘을 합쳐 품질을 개선하고 새 시장을 개척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사회적 변수가 경쟁국들보다 좋지 않았지만 묵묵히 ‘메이드 인 코리아’의 성가를 높인 기업들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지난해 글로벌 위기 이후 투자를 줄이거나 포기한 해외기업들과 달리 우리의 LCD산업은 과감한 8세대 생산라인 투자와 신기술 개발, 신제품 출시로 올해 들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삼성 SK LG GS 한화 등 주요 그룹이 잇따라 하반기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많은 때일수록 ‘위기 이후(以後)’를 대비한 선도(先導)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구체적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우리 기업들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정부 정치권 시민사회의 협조도 절실하다. 정부와 국회는 과감한 규제 완화로 기업을 지원하고, 시민사회는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인 기업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잘돼야 근로자가 잘살고 세계무대에서 나라와 국민의 위상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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