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로저 코언]이란의 진실은 감출 수 없다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5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막스 베버는 저널리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좋은 기사를 쓰는 것은 학자의 연구보다 많은 지성을 요구한다. 기사가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즉각적인 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기자의 실질적인 책임이 학자보다 훨씬 무겁다는 점은 쉽게 무시된다.”

그렇다. 저널리즘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미디어를 깎아내리는 게 유행이고 심지어 미디어 종말 얘기가 난무하는 요즘 ‘기자는 현장의 증인’이라는 중요한 진실은 쉽게 잊힌다.

‘현장의 증인’은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증언을 하려면 현장에 있어야만 한다. 인터넷에서 찾은 그 어떤 정보도 현장에서 얻는 범죄의 냄새, 공기의 울림, 분노 가득한 눈동자,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전달해줄 수 없다. 그 어떤 과학기술도 입술이 쩍쩍 달라붙은 현장의 공포를 전달하지 못한다. 문제를 곧잘 해결해주는 연산방식도 인간의 존엄성을 외치는 작은 목소리를 들려줄 수 없고, 용기를 북돋우는 아드레날린을 느끼게 해주거나 채찍이 할퀴고 간 상처를 보여줄 수 없다.

나는 최근 일련의 이란사태에서 이런 현장을 잃어버렸음을 고백한다. 취재원과 지인을 통해 얻은 정보는 현장이 아니다. 테헤란에 있을 때 우리(기자)는 마치 관음증을 가진 사람처럼 현장을 배회했다. 하지만 취재 대상(이란 정부)은 나중에 복수하듯 우리를 몰아냈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대통령은 ‘신의 계시’가 아니라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다고 말한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1978년 이슬람혁명 직전 “우리의 미래는 모든 억압과 폭력, 잔혹함이 사라진 자유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이란 정권은 무력에 의해서만 유지되고 있다. 그 어떤 쇼도 거짓을 진실로 바꾸지는 못한다. 나는 테헤란을 떠난 마지막 서양 외신기자 중 한 명이었다. 이란 정부가 발행한 프레스카드의 효력은 정지됐지만 나는 머물 수 있을 때까지 그곳에 남아 있었다.

이란인은 현장을 증언했다. 휴대전화와 동영상 사진은 물론이고 트위터와 같은 사회적 네트워킹 방식을 통해 지난달 12일(이란 대선일) 권력을 찬탈한 사람들을 전 세계에 고발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는 앞으로 선혈이 흐르는 네다 아그하 솔탄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고는 정의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네다는 선거 부정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진압 병력의 총탄을 맞고 현장에서 숨졌다. 이란 정부는 참혹할 정도로 시위 군중을 짓밟았다. 용납될 수 없는 이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됐지만 이란의 주류 언론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란인은 현재 자신의 헌법이 민주화를 통해 수호되길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외침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란의 저명한 학자인 파리데흐 파르히는 필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란은 결국 정복자를 길들이고야 만다’는 속담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지난달 18일 시위가 열리던 광장에서 만난 한 여인이 “이 땅은 나의 땅”이라고 열정적으로 말하던 모습을 다시 생각나게 했다. 그녀는 대통령으로 재선된 아마디네자드를 ‘빛살 없는 후광’이라고 비꼬았다. ‘빛살 없는 후광’은 나라를 되찾자는 이란 애국가의 한 구절에서 나온 말이다. 이란은 여전히 밤하늘을 가르는 굴복하지 않는 합창으로 저항하고 있다. 먼 곳에서 나는 그 소리를 듣는다. 이 먼 물리적 거리는 기자의 실질적인 책임과 그 용감한 외침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진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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