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샬럿 앨러드]노인 영양관리의 의료효과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5분


미국 인구조사국은 지구촌의 인구전망을 5월에 발표했다. 가장 큰 흐름은 인구의 고령화로 나타났다. 2050년이 되면 지구촌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현재의 2배 수준인 15억30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체 인구의 16%, 즉 6명 중 1명꼴로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바야흐로 ‘실버 지구촌’의 시대가 도래하는 셈이다.

고령화사회 진입은 단순한 노인 인구의 수적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인의료비용의 급격한 증가는 가장 큰 문제다. 노인의 경우 젊은 인구보다 2, 3배의 의료비가 더 발생한다. 따라서 노인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일은 고령화사회를 앞둔 우리 모두의 과제다. 필자는 노인환자의 영양관리에 대해 한국의 병원 관계자들을 교육하고 컨설팅하기 위해 방한한 자리에서 적극적인 노인 영양관리와 제도화를 해결책의 하나로 추천했다.

노인의 영양불균형은 노인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노인환자의 35∼50%는 입원 전부터 이미 영양불량 상태이다. 만성질환으로 음식섭취를 하기 어렵거나 흡수 장애, 식욕 부진, 치아 손실 또는 경제적 이유로 영양섭취에 장애를 받기 때문이다. 영양불균형이 계속되면 면역력이 떨어지며 감기와 같은 감염성 질환이 잦고 근력과 골밀도 저하로 인한 골절 위험이 증가된다. 입원환자의 경우 영양결핍으로 질병 치유가 지연되고,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으며, 병원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퇴원을 해도 다시 입원하는 사례가 많아 전반적인 의료비용이 상승한다. 심하면 조기 사망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의료기관의 의료수준을 평가하는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평가위원회(Joint Commission)의 인증제도를 통해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영양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노인환자를 위해서도 장기요양병원 인증제를 통해 국가표준 제도를 운영한다. 인증 병원을 찾은 환자는 의사와 영양사 간호사 약사로 이뤄진 팀을 통해 영양상태를 판정받는다. 병원은 이를 토대로 환자 각각의 상태에 맞는 영양관리 계획을 세운다.

의료기관평가위원회에서는 병원이나 장기요양병원의 인증 심사 시 개별적인 영양관리 계획과 혁신적인 영양지원 프로그램을 평가한다. 영양불균형을 겪거나 적극적인 영양섭취가 필요한 환자에게 약 복용 시 물 대신 엔슈어와 같은 특수 의료용 식품을 함께 섭취하도록 하는 프로그램(Medication Pass Program) 등 특별영양지원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권장한다.

이런 적극적인 프로그램 및 제품을 통해 미국의 세인트프랜시스 병원은 영양결핍 위험군 환자의 사망률을 57%까지 감소시켰다. 합병증 발병률은 77%, 병원 재입원율은 57%로 줄었다. 이는 의료비에도 영향을 끼쳐 1999년 당시 환자 1명당 연간 1000달러의 의료비(2009년 기준 4000달러 상당)를 감소할 수 있었다.

노인복지는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고 한다. 나라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의 구성원인 자녀양육을 위해 노력했던 노인의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정책은 사회 구성원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실버 지구촌을 맞은 지금, 영양불량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제도화된 영양관리가 시급한 이유다. 한국처럼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에서는 더욱 유념해야 할 문제다. 정부 부처와 의료계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샬럿 앨러드 홈리치호스피스(미국 오하이오 소재) 영양상담자원봉사자 개발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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