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도 짝퉁 브랜드 천지…글로벌 기업들 골머리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5분


간판 색깔이 비슷해 같은 회사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글로벌 ‘시티뱅크’와 인도 ‘예스뱅크’(왼쪽). 인도의 과일 요거트 전문점 ‘코코베리’는 미국의 ‘핑크베리’와 제품, 매장 인테리어 등이 비슷하고(가운데) 인도 의류업체 ‘우드랜드’의 나무 모양 로고는 다국적 아웃도어 브랜드 ‘팀버랜드’를 연상시킨다(오른쪽).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간판 색깔이 비슷해 같은 회사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글로벌 ‘시티뱅크’와 인도 ‘예스뱅크’(왼쪽). 인도의 과일 요거트 전문점 ‘코코베리’는 미국의 ‘핑크베리’와 제품, 매장 인테리어 등이 비슷하고(가운데) 인도 의류업체 ‘우드랜드’의 나무 모양 로고는 다국적 아웃도어 브랜드 ‘팀버랜드’를 연상시킨다(오른쪽).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인도 업체 “우연일 뿐”

요즘 인도 거리 곳곳에는 남청색과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 체크 문양이 선명한 ‘예스뱅크’ 간판이 걸려 있다. 그런데 언뜻 보면 글로벌 은행인 ‘시티뱅크’ 간판처럼 보일 정도로 비슷하다. 이뿐만 아니다. 인도 의류업체 ‘우드랜드’는 세계적 아웃도어 브랜드 ‘팀버랜드’와 이름은 물론이고 잎이 무성한 나무 모양 로고까지 비슷하다. 과일 요거트업체 ‘코코베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기를 끄는 ‘핑크베리’ 로고와 매장 인테리어 등이 닮았다.

담배회사 ‘말버러’ 로고의 빨간색과 하얀색 디자인을 그대로 쓴 채 이름만 ‘멜버른’이나 ‘말보른’ 등으로 살짝 바꾼 장식용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편의점 업체 ‘7 일레븐’을 살짝 변형시킨 ‘6 텐’은 간판 색깔과 모양이 다르긴 하지만 ‘7 일레븐’의 변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다국적 기업들. 인도에 ‘짝퉁 브랜드’가 유행해 이곳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법적분쟁을 겪는 등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그동안 인도는 ‘짝퉁’ 브랜드로 악명 높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 간 지적재산권 분쟁이 적은 곳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새 상표에 민감한 젊은 인구가 많다 보니 인도에 관심을 갖는 외국기업도 늘어나는 추세. 하지만 그만큼 ‘짝퉁’ 제품들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팀버랜드의 경우 자사와 비슷한 나무 모양 상표를 사용하는 인도 ‘우드랜드’가 이미 17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국에 230개 매장을 운영하는 데다 올해 말까지 50개를 추가로 열 계획을 갖고 있어 점포를 확대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팀버랜드는 “우드랜드의 저작권 침해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직은 미지수다.

언론 분야의 분쟁도 시끄럽다.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도 최대 영자신문 회사 베넷 콜먼과 벌이고 있는 법적 싸움이 대표적이다. 베넷 콜먼은 FT와 이름은 물론이고 분홍색 종이까지 거의 똑같은 신문을 발행하는 데다 최근에는 ‘FT 아시아’와 ‘월드와이드 파이낸셜타임스’라는 이름까지 선점해 등록해 버렸다.

‘짝퉁’ 논란에 대한 인도 기업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어쩌다가 비슷해진 것일 뿐 우리가 독자적으로 만든 고유 브랜드”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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