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 하는 남자’ 반전없는 줄거리에 시청자 외면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5분


시청률 8.5% 저조

KBS 드라마 ‘결혼 못 하는 남자’(사진)는 지진희 엄정화 등 톱스타가 출연하고 같은 이름의 인기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해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일본 원작은 현지에서 평균 시청률 17%를 기록했고 주인공을 맡은 아베 히로시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까칠한 독신남 캐릭터로 여성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았다.

TNS 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10회까지 방영된 ‘결혼 못 하는 남자’의 평균 시청률은 8.5%.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청률은 숫자에 불과하다. 드라마를 질로 평가하자’ ‘잔잔하게 사람을 빠져들게 한다’ 등 칭찬 글이 적지 않지만 시청률은 톱스타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오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드라마 평론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전형적인 일본 드라마 스타일이어서 한국 시청자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오히려 일부 마니아층만 빠져들 드라마인 듯하다”고 말했다. 일본 드라마는 소소한 일상이나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극적 반전을 도모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 시청자들은 반전이 거듭되고 감정 표현이 풍성한 드라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인기도 등장인물의 섬세한 심리 묘사, 재벌가 남자와 서민층 여성 등이 자아내는 계층 갈등이라는 극적 요소가 더해진 덕분이다. 주인공들의 화려한 패션 등 볼거리도 풍부했다.

문화평론가 이영미 씨는 “이제 ‘결혼 못 하는 남자’처럼 단순한 연애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많이 보는 여성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고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범죄 정치 성공 등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범죄수사물 ‘CSI 과학수사대’, 의학드라마 ‘그레이아나토미’처럼 다양한 소재를 지닌 미국 드라마들이 국내에 방영되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올려놓은 것도 단순 연애 드라마의 퇴조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