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지자체, 문화재단 설립 러시

  • 입력 2009년 7월 16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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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단 러시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7월 16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문화재단 러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김현수 앵커) 광역자치단체 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들의 문화재단 설립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을 취재한 영상뉴스팀 구가인 기자 나와 있습니다. 구 기자, 지자체가 설립한 대표적인 문화재단이라면 어디가 있을까요?

(구가인 기자) 2000년대 전후 생긴 경기, 서울, 인천 문화재단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의 경우 하이서울페스티벌과 같은 서울시 행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주된 기능은 문화예술 지원사업이나 문화향유를 위한 사업 등을 벌이는 것입니다.

기초자치단체가 설립한 문화재단도 꽤 있는데요. 성남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성남아트센터의 경우, 서울 외곽에 있는 공연장이지만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지난해 100만 명 관객을 돌파에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조수미, 강수진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이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 바 있습니다.

(박 앵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문화재단은 얼마나 됩니까.

(구가인) 네, 최근 2, 3년 사이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지자체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광역시·도 가운데는 지난 1월 출범한 부산문화재단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7개가 설립됐고, 현재 대구문화재단이 7, 8월 경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대전과 전북 문화재단이 출범할 계획이고, 충북과 경남도 2010년 문화재단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기초자치단체가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수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만도 지난 한해 마포문화재단과 구로문화재단, 강남문화재단 등이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기초자치단체가 설립한 문화재단은 약 20개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최근 1년 사이에 문을 연 것으로 보입니다.

(김 앵커) 그런데 이렇게 지자체가 문화재단 세우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뭔가요?

(구가인)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문화정책을 민간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경향을 들 수 있습니다. 중앙에는 이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설립됐고요, 문화재단 역시 문화행정의 전문성을 높이고 지원에서 정치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워졌습니다.

더불어 최근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자체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술지원 정책 개선방향에서만 보더라도 지역문화예술 지원사업 예산은 176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0억원 가까이 증가한 액수입니다.

여기에 문화가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지자체의 지원도 증가했습니다.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광역지자체가 설립한 문화재단 예산은 대부분 지난해보다 늘어났습니다.

문화재단이 있는 지역의 경우 그 전문성으로 인해 중앙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재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현식 사무처장 / 인천문화

"문화와 관련된 정책에 안정된 틀이 생긴다는 게 가장 장점 같아요. 지속적으로 전문가들이 자기 지역을 이해하는 사람이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 안정된 구조로 일한다는 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고요."

(박 앵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선거로 뽑힌 사람이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면 지자체가 설립하고 지원하는 문화재단도 정치적인 면에서 자유롭지 않을 텐데요.

(구가인) 사실 문화재단은 그러한 정치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문화재단이 전적으로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완전한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긴 힘듭니다.

게다가 자치단체장이 자신의 지역 문화재단 이사장을 겸직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광역시도 문화재단만 보더라도 서울과 광주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치단체장이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광렬 연구기획조정실장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사업계획이나 예산 승인권을 자치단체장이 가지니까 왼손이 의결해서 오른손이 승인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또 예산이 부족한 일부지역의 경우 문화재단에 공무원이 대거 파견돼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퇴직한 공무원 혹은 자치단체장 측근이 문화재단을 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문화재단의 본래 목적이 퇴색될 수밖에 없고요. 그러다보니 창작과 문화향유 지원이라는 주 기능을 소홀히 하고 지자체가 위탁하는 행사만을 하게 될 문제도 있습니다.

(김 앵커) 앞으로 지자체들이 계속해서 문화재단을 설립하게 될 텐데, 문화재단에서 하는 사업이나 활동들이 서로 겹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습니다. 예산 낭비 아닌가요?

(구가인) 네, 서울이나 대도시의 경우 많은 문화재단의 활동이 중복되다보면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각 조직을 운영하는데 재원이 중복해서 들어가기 때문에 문화예술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인터뷰) 박양우 교수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이렇게 된 데는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지 싶네요. 적어도 광역자치단체와 별도로 기초자치단체가 자기 나름의 문화예술활동을 하고픈 욕심이 있는 거죠. 정말 문화재단이 순수한 지원기관으로 남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전문가들은 문화예술 지원이라는 문화재단의 주된 기능이 정치적 논리로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이와 더불어 문화재단의 역할에 대한 지역사회 내의 합의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앵커) 구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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